연말을 맞아 서구미술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거장들의 내한전이 잇달아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18일~97년 1월31일 르네상스시대 대표작가 4인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뒤러와 동시대작가 판화전"을 여는데
이어 예술의전당이 21일~97년 1월29일 초현실주의 미술의 대표작가
살바도르달리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달리의 초현실-그 환상의 흔적전"을
개최한다.

알브레히트 뒤러 (1471~1528)는 르네상스시대 독일의 가장 위대했던
화가이자 판화가.

전통적인 르네상스기법에 독일 미술의 전통을 접합, 북유럽 르네상스
미술의 최고봉에 올랐던 뒤러는 기독교적 휴머니즘과 인본주의에 바탕을
둔 예술혼을 불태웠던 작가로 꼽힌다.

뉘른베르크 태생으로 종교화 초상화 자화상등 많은 유화와 판화작품을
남긴 그는 특히 판화를 예술장르로 격상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은 뒤러의 판화 80점과 한스 발둥 그리인, 루카스
크라나흐, 알브레히트 알트도르퍼의 작품 40여점 등 120여점.

모두 독일 브레멘 미술관 소장품으로 이가운데 16점짜리 연작 목판화인
"요한계시록"은 종교개혁을 앞두고 선이 악을 누르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교훈적 내용을 담아 당시 유럽에서 선풍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작품이다.

이밖에 동판으로 제작한 "아담과 이브" (1504)는 그의 인본주의적 사상이
가장 잘 나타나있는 작품.

또 "멜랑콜리아" "서재에있는 성 히에로니무스" "기사의 죽음과 악마" 등
3점은 전성기의 세련된 형태와 기법을 한눈에 볼수있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스페인출신의 달리 (1904~1989)는 금세기 최고작가중 한사람으로 전세계
미술팬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작가.

1928년 파리체류중 미로의 소개로 초현실주의그룹의 작가들을 소개받은
그는 이듬해 정식으로 이 그룹의 일원이 된다.

이때부터 그는 인간의 잠재된 상상력을 자유롭게 해석하려는 초현실주의의
기법에 충실하면서 기이하고 뒤틀린 형상, 축 늘어진 시계, 마구 뒤바뀐
사물의 형상과 논리적으로 상관없는 대상들을 암시적으로 병치하는 정통
초현실주의 계열의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번 국내전의 출품작은 유화 수채 아크릴 혼합재료를 이용한 작품 등
모두 100여점.

달리의 친구였던 엔리케 사바테가 소장하고 있는 132점중 엄선한 것들로
20년대 초기작부터 80년대 타계직전까지의 작품들이 망라돼 있다.

정통유화를 중심으로 한 달리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만날수있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특히 그의 문학적인 관심을 그대로 반영한는 "돈키호테"
연작을 비롯 대가들의 명작을 패러디한 작품도 선보이게 된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