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증시의 빈사상태가 심화되고 있다.

각종 악재중에서도 국내외의 큰손이라고 할수 있는 투자신탁회사와 외국인들
의 "팔자 공세"가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6일 종합주가지수가 또다시 연중최저치를 경신한 것도 투신사들의 "투매"가
주요인이었다.

이날 국민투신은 외수펀드 만기도래분 100억여원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

또 한국투신도 이날 오전까지 신탁계정에서 블루칩 위주로 40억여원의 매도
우위주문을 냈다.

이같은 매도물량은 기관투자가들로선 적은 물량이지만 시장체력이 워낙
허약해 투매로 받아들여졌다.

국민투신의 한 관계자는 "외수펀드 만기해지분 100억여원은 지난 94년말에
재설정한 주가연동형펀드 "SAIT"로 이날 이펀드의 해지로 판 종목수는 150개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신 안효문 주식운용역은 "경기나 시장의 수급여건상 최악의 상황까지
배제할수 없어 다음 상승장을 대비해 현금을 보유하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물량을 받아줄데가 없어 매매가 잘 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들어 주가가 연중최저치까지 하락하는 동안 기관투자가들은 총1,398억원
어치의 순매도를 보였다는 점도 펀드매니저들의 비관적인 시각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올 한해 우리 증시의 최대 매수세력이었던 외국인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은 이달들어 14일까지 25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올들어 외국인이 순매도를 보인 것은 외국인 한도확대 직전인 지난 3월과
9월로 포트폴리오 재편성을 위한 현금화 전략을 펼때였을 뿐이었다.

따라서 외국인의 최근 매도세는 심상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대우증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인 매수세를 지탱해온 한국전력에
대한 매수세를 제외하면 외국인 매도세는 더욱 크게 볼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들어 약20%가 오른 원화환율도 외국인들의 투자의욕을 꺽고 있다.

증권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의 경우 연말배당을 받더라도 20%의
환차손을 입어야 하므로 시장의 위험이 더 커진 상태"라며 "아직 외국인투자
자금이 이탈한다고 볼수는 없지만 외국인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
이라고 말했다.

< 최명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