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부터 조선초기 서예대가들의 필적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고려말 조선초의 서예전"이 23일~97년 1월26일 예술의전당 서예관
(580-1130)에서 열린다.

고려말 조선초는 우리 서예사에서 비문이나 탁본이 아닌 실제 필묵이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시기.

이번 전시회에서는 고려말의 학자 이제현 이암과 조선초의 명필
안평대군 김구 등 78명의 묵적과 판본, 사경, 고문서 등 모두 115점이
선보인다.

이가운데 "별시첩" (보물 1019호) "유가사지론" (보물 972호)
"감지은니묘법화경권2,4,6" (보물 390호) 등 16점은 국가지정문화재다.

고려와 조선은 사상적 기반이나 사회체제만큼이나 서예사적으로도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이 특징.

초기의 구양순체에 이어 후기에는 안진경체에 근거를 두고 있는 고려의
필적은 넉넉함과 단아함이 최고조를 이뤘던 시기.

반면 조선초에는 고려말 성리학과 함께 수용된 유려하고 아름다운
조맹부체가 널리 유행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원나라에서 성리학을 들여온 이제현 이암 정몽주
권중화 등 여말 대가들의 작품을 비롯 성석린 최흥효 신장 안평대군
박팽년 성삼문 강희안 서거정 조광조 이언적등 조선초 명필들의 글씨와
함께 태조 이성계와 문종 성종 등의 어필도 출품된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