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상금왕만을 기대했는데 최우수선수상에 최저타수상까지 3개상을
받았습니다.

오메가투어 96 시즌을 끝낸뒤 15일밤 있었던 투어시상식은 마치 저를
위한 무대인것처럼 느꼈어요.

시상대상 5개부문중 신인상과 "4라운드 최저타수상"만 다른 나라 선수가
차지했습니다"

96 오메가투어 공식 일정을 마치고 16일 새벽 홍콩 뉴튼호텔로 돌아온
강욱순 (30.안양베네스트GC)은 아직 시상식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듯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말이 상금왕이지, 강의 업적은 한국프로골프사의 한 획이다.

한국골프 100년사에서 외국 단일대회 우승은 여러번 있었지만 해외투어
시즌상금왕이 탄생하기는 강이 처음이다.

일본에서 성가를 올리고 있는 한국여자프로들도 일 LPGA투어 시즌
상금왕이 된 적은 없다.

원재숙이 지난94년 3승을 올리며 시즌 상금랭킹 4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한숨 돌릴 겨를도 없이 당일 인도네시아로 떠난다는 강의 소감을 전화를
통해 들어봤다.

-투어 상금왕이 된 직접적 동기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시즌중인 지난6월 안양베네스트GC로 적을 옮긴뒤 공교롭게도 성적이
좋았다.

그곳에 둥지를 튼뒤 심리적 안정을 찾고, 또 골프장측에서 대회경비나
보너스등 경제적 지원을 해주어서 마음놓고 골프를 할수 있었다.

내년 1월1일부터 안양베네스트GC 정식 직원 (과장)으로 발령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출근은 안해도 좋으니 골프를 마음대로 치라는 조건뿐이다.

또 프로가 된후 지금까지 코오롱소속 최상호 프로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마지막 3개대회중 2개대회에서 부진했었는데.

"한국에 있다가 바로 인도네시아로 가서 그런지 인도네시아 PGA
선수권대회에서 부진했고, 곧이은 태국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기온차이가 컸던데다 퍼팅이 잘 안돼 고생했다.

마지막 홍콩대회에서는 공동 17위로 나은 편이었다"

-해외대회에서 유독 강한 이유는.

"선천적으로 추위가 싫은 반면 더위에는 자신이 있다.

음식을 전혀 가리지 않고 제트래그도 크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도 한
요소일 것이다.

항상 대회에 맞춰 컨디션을 최고조로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올해 국내 대회에서는 우승이 없어 아쉽지 않은가.

"그렇다.오메가 투어에 치중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내년에도 오메가투어에 중점을 두겠지만 때마침 굵직굵직한 대회도
신설되므로 국내대회에도 신경쓰겠다"

-오메가투어 상금왕에 대한 특전은.

"97 유러피언투어 조니워커클래식과 두바이데저트클래식에 초청받았다.

일 PGA시드권은 올해는 주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

-투어상금왕에 올랐으니 다음에는 더 큰 목표가 있을텐데.

"궁극적으로는 일본투어 진출이다.

그러나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조차 대만 태국 필리핀선수들과 경쟁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선수들이 오메가투어를 휩쓸때까지는 오메가투어에서 뛴뒤 일본
진출을 생각해 볼것이다"

-상금왕으로 다른 한국프로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해외투어에서 뛰려면 첫째 체력, 둘째 언어, 셋째 음식이다.

내 경우 체력은 자신있고 언어문제는 미흡하지만 지금도 준비중이다.

음식은 100% 현지식으로 한다.

김치는 가져가본 적이 없다.

반면 동남아 골프장의 코스컨디션은 한국보다 훨씬 낫기 때문에 오히려
경기력측면에서는 좋다고도 할수 있다"

-혹시 말이 안통해 불이익을 당한 적이 있는가.

"직접적으로 벌타를 받은 적은 없다.

그러나 세부상황을 따질 정도의 영어실력은 안되기 때문에 스스로 불리한
선택을 감수하고 경기한 적은 더러 있다.

옆에 이학 오메가투어 부회장이 계셔서 도움받은 것도 많다"

-오메가투어에서 가장 잊을수 없는 라운드는.

"96 시즌 두번째대회로 4월 필리핀에서 열린 칸루방클래식이다.

연장전끝에 남아공선수에게 진 것이 잊히지 않는다"

-앞으로 일정은.

"당장 인도네시아로 가서 APGA 매치플레이대회에 나간다.

비공식대회이나 총상금 20만달러가 걸려있다.

그 대회후 24일밤 귀국해서 며칠 쉰뒤 27일부터 한달예정으로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전지훈련중 1월23~26일 그곳에서 열리는 조니워커클래식에 출전한다.

이 대회에는 박남신 최상호 모중경 프로 등 한국에서만 4명이 초청받은
것으로 안다.

그러고 난뒤 2월초 태국에서 열리는 혼다클래식에 나간다.

내년초 두 대회 모두 타이거 우즈가 출전하는것으로 안다"

-역대 조니워커클래식에서는 한국선수들의 성적이 좋았는데.

"94년부터 해마다 2개월씩 호주에서 "혼자" 전지훈련을 해왔고, 올해가
3년째다.

올해는 대회가 열리는 골드코스트쪽으로 가서 집중훈련을 할 생각이다"

-전지훈련에서는 어느 부분을 집중 보완할 생각인가.

"쇼트어프로치샷의 정확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

-지금 소속은 어떻게 되는가.

"안양베네스트GC 소속으로 그곳에서 연습하며, 계약사는 올해말로
코오롱에서 삼성물산으로 바뀐다"

-사용클럽은.

"드라이버는 엘로드 슈퍼-900이고 아이언역시 엘로드 제품이다.

퍼터는 미제 핑이다"

-라운드 사이사이에 집에 전화를 하나.

"전화는 안하는 편이다.

전화를 하니까 무너지는 경향이 있어서이다.

성적이 좋으면 안하고, 성적이 나쁘면 기분을 풀려고 가끔 전화한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