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씨 항소심] '비자금' 항소심 판결문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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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소이유 등에 대한 판단 -
<가> 피고인 금진호 이경훈 정태수의 실명전환업무방해에 대하여
첫째 금융기관은 외형상 나타난 금융거래자의 실명확인증표에 의하여
명의가 주민등록상의 명의 또는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 인지의 여부만 확인
하면 된다고 할 것이고,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
명령상의 실명이 실제 예금주내지 자금의 실소유자의 명의를 의미하고
금융기관은 거래자가 실소유자인지를 확인하도록 긴급명령이 규정하고
있다고 해석할 법조문상의 근거가 없다.
둘째 민간기관인 금융기관 종사자에게 공권력작용인 자금출처의 조사.확인의
권한을 주는 것은 서비스업체인 금융기관의 성격상 맞지 아니하며 자금출처
의 조사.확인의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자금의 실소유자인지를 확인할 방법도
없는데 금융기관에게 불가능한 업무를 요구할 수도 없고 하여서도 안된다.
셋째 긴급명령에 규정된 "거래자"의 실명을 확인함에 있어서도 금융기관은
통장과 도장을 소지하고 자신이 거래자라고 주장하는 자의 명의가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인지의 여부만 확인하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표면상 거래자가 자금의 실소유자임을 확인하는 것이 긴급명령의
시행에 의하여 금융기관의 업무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위와
같은 확인이 금융기관의 업무임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 금진호 이경훈
정태수에 대한 업무방해의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
되므로 무죄로 선고하여야 할 것이다.
<나> 피고인 정태수의 뇌물공여에 대하여
살피건대 뇌물공여죄는 공소시효가 5년이고 피고인 정태수의 뇌물공여에
대한 공소제기가 95년 11월12일임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1백억원의 공여가
공소제기일로부터 5년 이내인 90년 11월28일 이후에 이뤄진 것인지 여부에
대해 살펴본다.
검사작성 진술조서와 피의자 신문조서에 의하면 90년 11월말경 피고인
노태우에게 1백억원을 공여했다는 것이고 노피고인에 대한 제4회 피의자
신문조서진술기재에 의하면 "기억이 나지는 않으나 피고인 정태수가 그렇게
진술했다면 인정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한 등의 진술을 종합하면 뇌물공여의
시기는 90년 11월27일 이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릇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에 관해 의문이 있을 때는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음에 대한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 정태수의 뇌물공여죄의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에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있는 이상, 의심스러운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한다는 법리에 따라
위 뇌물공여죄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태수가 공여한 금원의 뇌물성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심리할 필요
없이 위 공소사실에 대해 면소를 선고해야 할 것이다.
<다> 피고인들의 그밖의 주장에 대하여
(1) 직무범위 내지 직무관련성에 대하여
살피건대,대통령은 공무원에 대한 임명권, 지휘.감독권, 중앙행정기관의
명령이나 처분의 취소권등을 가지므로 개별적인 국책사업의 사업자 선정,
지방공업단지의 지정에 대하여도 직접 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통해
지휘, 감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바 이는 대통령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행위이거나 적어도 대통령의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위주장은 이유없다.
(2) 직무와의 대가관계에 대하여
살피건대, 첫째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기업체의
활동에 대해 법령상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방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기업인들이 의식한 상태에서 원심판시와 같은
전두환, 노태우의 직무에 관해 이 사건 각 금원이 수수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이 사건 각 금원의 수수와 대통령의 직무와의 대가관계를 부인하는
주장은 이유없다.
둘째, 이 사건에서 수수된 금원은 1.정치자금에 관한법률이 정한 일정한
절차에 따라 모금, 관리된 것이 아니고 2.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인한, 비록 처음부터 정치활동을 위한 경비로 예정돼 있었고 실제로
그러한 경비로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모두 뇌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금원이 정치자금 내지 통치자금으로서 뇌물이 되지
않기 위하여는 오직 당해 정치가의 인격, 식견에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사람이 자기의 정치적 이념을 그에게 위탁하는 의도에서 자금을 주고 전혀
직무와의 대가관계는 없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기업인들이 금원을 공여함에 있어서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않는
경우에도 실제에 있어서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기업활동에 관하여 직접적.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의 막강한 직무권한을 의식한
상태에서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하여 다른 경쟁 기업과의 차별화된 이익을
기대하거나 적어도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 이사건 각 금원을 제공하였고
전두환,노태우도 대통령으로서 기업인들의 위와 같은 실질적인 금원 제공의
취지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게다가 이 사건 각 수수금액이 매우 다액인 점, 그 금원 수수의 방식이
비공식단독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이루어진 것인 점, 전두환,노태우가 받은
금원의 관리방법이 은밀한 것이었고 공여한 기업인들 역시 대개의 경우
금원조성방법이 변칙적이었고 속칭 돈세탁을 한점,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퇴임후에까지도 엄청나게 많은 금원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던 점등의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각 금원은 순수한 정치자금으로 수수된 것이라고는
도적히 볼수 없고 대통령의 직무와의 대가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뇌물
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수수된 금원은 모두 뇌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대통령의 직무가 매우 광범위하므로 개개의 금원별로 대통령의 구체적
직무중 어느것과 관련하여 수수되었는지를 밝히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가지고 대가관계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3) 뇌물성의 인식에 대하여
피고인 김우중, 최원석, 장진호는 그들이 노태우에게 이 사건 각 금원을
주면서 정치자금으로만 생각하였지 뇌물성의 인식이 없었으므로 뇌물공여죄
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피고인들이 노태우에게 공여한 각 금원의 액수가 매우 크고,
모두 단독 면담의 기회에 금원을 주었으며 위 각 금원을 조성할 때 대부분
돈 세탁을 하고 변칙 회계처리를 하였고, 피고인들이 검찰에서 적극적.
구체적인 이익을 바라거나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하여 적어도 불이익은 입지
않기 위하여 돈을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 금원을 줄 당시 뇌물성의 인식이 없었다고 할 수없다.
(4) 피고인 김우중은 1991.5경에 준 금1백억원의 공여취지에 대하여
1991.6의 광역의회 의원선거를 앞두고 선거자금으로 공여한 것일 뿐이고,
그전에 낙찰받은 진해 잠수함기지 건설공사의 수주사례도 아니다고 주장한다.
판단컨데, 진해 잠수함기지 건설공사의 발주에 있어 대우그룹의 잠수함
건조의 연고권을 무시하고 동아그룹에 위 공사를 맡기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피고인 김우중이 그렇게 되면 업계를 떠날 수밖에 없다면서 위 공사를
대우그룹에 맡겨 달라고 노태우에게 요청하여 1990.8.31 대우그룹이 위
공사를 낙찰받은 사실, 피고인 김우중이 1990.12 중순경 노태우에게 금
20억원을 주었으나 그후 남북경제협력관계로 노태우를 만날 때마다 돈을 더
바라는 듯한 분위기가 있고 향후 월성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공사도 예정
되어 있어서 위금 1백억원을 노태우에게 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 김우중이 위 금원을 제공한 것은 진해 잠수함
기지 건설공사 수주에 대한 사례와 월성원자력발전소 3,4호기 공사 등 국책
사업에 우선 참여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취지로 교부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취지 없이 순수하게 광역의회 선거자금
으로만 위 금원을 주었다고 볼 수는 없다할 것이니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피고인 김우중이 공갈죄의 피해자일 뿐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 김우중은,당시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에게 정치자금
제공을 거부하였다가는 엄청난 위해를 받을 수가 있어서 그와 같은 가능성에
외포되어 각 금원을 준 것이므로 자신은 공갈죄의 피해자일 뿐이어서 뇌물
공여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대통령직에 있던 노태우가 직무집행의 의사없이 공갈의 의사
로서만 피고인 김우중을 협박하여 금원을 교부받은 경우라고 할 수는 없고,
또한 피고인 김우중으로서도 대통령직에 있던 노태우가 기업경영과 관련된
경제정책을 결정.집행하고 금융, 세제 등을 운용함에 있어 대우그룹이 다른
경쟁기업보다 우대를 받거나 불이익이 없도록 선처해 달라는 의사를 가지고
금원을 제공한 것이어서 피고인 김우중의 위 각 금원의 제공이 공갈죄의
피해에 의한 행위라고 볼수는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6)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었다는 피고인 김우중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김우중은 재벌인 대우그룹의 회장으로서 과거부터 관례화되어 온
대통령에 대한 성금제공을 혼자서 거부하기는 어려운 처지였으므로 피고인
김우중이 금원을 제공하지 아니하는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어서
뇌물공여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과거에 재벌의 회장들이 대통령에게 금원을 제공한 전례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적법한 관례라고까지 할 수는
없고, 오히려 피고인 김우중이 위 각 금원을 대통령에게 제공함으로써
그룹의 운영과 관련하여 적극 또는 소극의 이익을 기대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 김우중의 위 각 뇌물공여행위가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수는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7) 피고인 김우중이 김종휘에게 지급한 금원의 직무대가성에 대하여
피고인 김우중이 김종휘에게 금원을 교부한 것은, 그 교부시점이 주식회사
대우가 참여하고 있던 군전력 증강사업에 있어서 이미 사업결정은
이루어졌고, 또한 김종휘가 곧 퇴임할 것이 확실시되는 시점이어서 퇴임하는
공직자를 돕자는 생각에서 결정한 것이고, 김종휘가 금원을 수수한 이후
에도 주식회사 대우에 어떠한 선처를 해 준 것이 없어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금원제공이 김종휘의 어떤 직무행위에 대한
불법한 이익이라고 볼 수는 없어 직무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뇌물
공여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피고인 김우중이 김종휘에게 제공한 금원은 군전력증강사업과
관련된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보좌관인 김종휘의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고,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다거나 머지않아 퇴임하는 공직자를
돕겠다는 생각이 있었으며,금원을 교부한 이후에도 주식회사 대우에 어떤
선처를 해 준 것이 없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직무관련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할 것이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8) 공소사실의 불특정과 관련한 피고인 최원석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 최원석은 1.동아건설산업주식회사가 리비아 대수로공사의 이행에
대한 국내은행의 보증을 받음에 있어 위보증과 대통령의 직무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에 대하여 적시가 없고 2.대통령의 경제정책 결정이나 금융,
세제운용등에 있어 동아그룹이 경쟁기업보다 우대받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게 하기 위하여 대통령이 경제기획원장관등에게 그와 같은 내용의 지시를
하였는지에 대하여 적시가 없고 3.동아건설산업주식회사에게 아산만
해군기지 건설공사가 수주되도록 내정하는 것이 대통령의 직무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또 위 내정에 대통령이 어떻게 관여하였는지에 대하여
적시가 없어서위 각 공소사실은 특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공소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1.피고인 최원석 경영의 동아건설산업주식회사가 그 수주의
제2차 리비아 대수로공사의 계약이행및 선수금반환 보증서를 1990.5.4까지
리비아에 제출하기로 하였는데 당시 건설부장관의 위 공사의 수급허가조건에
1억불 이상을 국내은행에서 보증받지 말 것이라고 하는 보증한도가 붙어
있었고 위 보증한도가 국내은행을 사실상 기속하고 있던 터라 위 보증서
제출기한을 지키기 위하여는 위 보증한도의 철회가 필요하였던바, 동아건설
산업주식회사의 요청에 의하여 건설부장관이 위 보증한도를 철회하여 주었기
때문에 동아건설산업주식회사는 1990.5.9까지 서울신탁은행과 한국외환은행
으로부터 위 보증서를 모두 발급받아 리비아에 제출할 수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해외건설공사와 관련된 은행의 보증서 발급에
대하여 대통령이 건설부장관을 통하여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2.이 사건 공소장이 기업체들의 활동에 대하여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통령의 광범한 직무를 구체적으로 여러가지 적시한 후에 "기업경영과
관련된 경제정책 등을 결정하고 금융,세제 등을 운용함에 있어서 다른 경쟁
기업보다 우대받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선처하여 달라"는 취지로
금원을 교부하였다고 기재한 이상 직무와의 관련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3.아산만 해군기지공사는 뒤의 범죄사실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방부에서
발주하였는데, 대통령은 위 공사의 발주에 관하여 국방부장관에게 지시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위 공사의 발주는 대통령의 직무범위
내에 있다고 할 것이다.
(9) 공소사실의 불특정으로 인한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는
피고인 이현우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장이 각종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체들의 활동에 대하여 영향을
미칠수 있는 대통령의 법령에 의한 직무와 그와 관련된 사실상의 광범한
직무를 구체적으로 여러가지 적시한 후에 "금융, 세제 운용 등 기업경영과
관련된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다른 경쟁기업보다 우대하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선처하여 달라"는 취지로 금원을 수수하였다고 기재
함으로써 금원수수가 대통령의 위 여러가지 직무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임을 표시하였다고 할 것이고 금원수수와 대통령의 직무와의 관련을 표시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다만, 개개의 금원수수가 대통령의 위 여러가지 직무중 구체적으로 어느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지는 적시하지 아니하였으나, 뇌물과 직무와의 관련성
은 그직무가 수뢰자의 여러 직무 중의 전부 또는 일부에 속함을 적시하면
되고 수뢰자의 여러 직무중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
관계에 있는지까지는 명백히 하지않아도 지장이 없다 할 것이므로, 노태우가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취지로 제공된각 금원을 수수하였다고 기재한
것만으로도 공소장 적시의 구체적인 직무중의 전부 또는 일부와 관련
되었다고 하는 범위내에서는 직무관련성을 특정하여 적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직무관련성에 대한 기재가 특정되어 있지 않음을 전제로
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10) 뇌물성의 인식이 없다는 피고인 이현우의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절히 판시한 바와같은 이유로 피고인 이현우가
노태우와 기업주와의 단독면담시에 거액이 수수되는 경우가 상당히 있음을
알고 있었고 노태우가 기업인으로부터 직접 받는 돈이나 피고인 이현우
자신이 기업인으로부터 받아서 노태우에게 전달하는 돈이 뇌물이라는 점에
인식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주장은 이유없다.
(11) 수뢰를 방조한 일 없다는 피고인 금진호의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노태우의 동서로서
상공부장관등을 역임하여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노태우와 가까운 피고인
금진호가 노태우의 사전승낙에 기하여 김용산, 박용학에게 자신이 먼저
연락하여 대통령에 대한 금원제공을 하도록 권유하여 노태우의 수뢰를 용이
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인 금진호에게 수뢰자를 방조할
의사가 없었던 경우에는 뇌물공여방조(또는 제3자뇌물취득죄)만 성립하지만,
이와 같이 피고인 금진호에게 피고인 노태우의 수뢰를용이하게 할 의사도
있었음이 인성되는 이상, 피고인 금진호가 김용산, 박용학의 증뢰를 용이
하게 한 면도 있고 뇌물공여에 제공되는 정을 알면서 김용산, 박용학으로
부터 교부받았어도 뇌물공여방조(또는 제3자뇌물취득죄)와 수뢰방조죄는
함께 성립하고 위 양죄는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 금진호의 위 행위를 기소된 죄명인 뇌물 수수방조죄로 의율한
조치에 하등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현실적으로
증뢰의 방조와 수뢰의 방조는 1개의 행위가 동시에 양쪽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와 같은 경우 이론상은 양죄의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으나 그에
대한 기소에 있어서는 증뢰자와 수뢰자중 누구를 위한 의사가 보다
강하였는지에 의하여 어느 한쪽만으로 기소할 수도 있을 것인바, 피고인
금진호와 노태우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어서 피고인 금진호에게는 김용산, 박용학을 위하여 뇌물을 전달
한다는 생각보다는 노태우를 위하여 금원 제공을 권유하고 노태우 대신
위 금원을 받아 그에게 가져다 준다는 생각이 짙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원심이 뇌물수수방조죄로 의율한 조치에 하등 위법이 없다}. 따라서 위
주장은 이유없다.
(12) 수뢰를 방조한 일이 없다는 피고인 이원조의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 이원조가
전두환, 노태우의 사건 지시를 받고 이 지시에 따라 장상태 이동찬 백영기
에게 자신이 먼저 연락하여 대통령에 대한 금원제공을 하도록 권유하여
전두환, 노태우의 수뢰를 용이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뇌물공여의
방조와 뇌물수수의 방조의 관계는 위 피고인 금진호의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 결론 -
결국 국가의 행정과 정치에 소용되는 돈의 흐름과 양을 공개하여 법률로
통제해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최선의 정치형태로 발견한 인간의 이성이
명하는 바이고그렇게 되는 것은 인류의 이상이다.
왕조시대와 달리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의 예산을 공개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상의 실현을 위한 것이다.
또한 정권의 획득과 유지를 위하여사용하는 돈을 의미하는 소위 정치자금
까지를 일부의 문명국가에서 공개하는 것은 이러한 이상의 실현을 위한 또
다른 일보의 전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행정의 예산이 법으로 공개되고 감사를 받는 것은 더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이고 정치자금의 경우에도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과
기부금품모집금지법 그리고 공직선거및 선거부정방지법 등에서 그에 관한
공개와 통제를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법들이 규정하고 있는 정상적인 흐름을 벗어난 돈의 흐름
이다.
비유하자면 지상의 수로를 따라 흘러야 할 물이 지하의 미로로 흐르는
경우인 것이다.
바로 정치자금으로 또는 그러한 명목으로 주고 받는 뇌물이 이에 해당한다.
지상의 수로로 흘러야 할 물이 지하의 미로로 흐르게 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지상의 수로를 막거나 좁혀 놓고 대신 지하의 미로로 물길을 열어 놓은
사람, 그리고 지하의 미로의 폭을 넓혀 놓은 사람이 져야 할 것이다.
어차피 물은 흘러야 하는데 지상의 수로는 막혀있고 대신 지하의 미로가
열려있다면 물은 지하로 흐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이 흐르는 통로와 양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 그러면서
지상의 수로는 좁혀 놓고 대신 지하의 미로를 넓혀 놓은 사람, 그 사람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하의 통로가 열려있다 하여 그곳으로 돈을 쏟아부은 기업가들에게도
책임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들의 안전 내지 이익의 극대화를 동시에
도모한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존재를 인정하고 기업의 영리추구를 보장하며 국부의 생산을 기업
에게 요구하는 사회에서 기업 및 기업가의 이익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기업가들의 사고를 일차적인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
그들의 책임은 일차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일차적인 책임은 그들로 하여금 그러한 방식으로 돈을 바치지 않을 수
없도록한 권력, 그리고 이를 거들은 추종자들이 져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
<가> 피고인 금진호 이경훈 정태수의 실명전환업무방해에 대하여
첫째 금융기관은 외형상 나타난 금융거래자의 실명확인증표에 의하여
명의가 주민등록상의 명의 또는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 인지의 여부만 확인
하면 된다고 할 것이고,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
명령상의 실명이 실제 예금주내지 자금의 실소유자의 명의를 의미하고
금융기관은 거래자가 실소유자인지를 확인하도록 긴급명령이 규정하고
있다고 해석할 법조문상의 근거가 없다.
둘째 민간기관인 금융기관 종사자에게 공권력작용인 자금출처의 조사.확인의
권한을 주는 것은 서비스업체인 금융기관의 성격상 맞지 아니하며 자금출처
의 조사.확인의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자금의 실소유자인지를 확인할 방법도
없는데 금융기관에게 불가능한 업무를 요구할 수도 없고 하여서도 안된다.
셋째 긴급명령에 규정된 "거래자"의 실명을 확인함에 있어서도 금융기관은
통장과 도장을 소지하고 자신이 거래자라고 주장하는 자의 명의가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인지의 여부만 확인하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표면상 거래자가 자금의 실소유자임을 확인하는 것이 긴급명령의
시행에 의하여 금융기관의 업무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위와
같은 확인이 금융기관의 업무임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 금진호 이경훈
정태수에 대한 업무방해의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
되므로 무죄로 선고하여야 할 것이다.
<나> 피고인 정태수의 뇌물공여에 대하여
살피건대 뇌물공여죄는 공소시효가 5년이고 피고인 정태수의 뇌물공여에
대한 공소제기가 95년 11월12일임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1백억원의 공여가
공소제기일로부터 5년 이내인 90년 11월28일 이후에 이뤄진 것인지 여부에
대해 살펴본다.
검사작성 진술조서와 피의자 신문조서에 의하면 90년 11월말경 피고인
노태우에게 1백억원을 공여했다는 것이고 노피고인에 대한 제4회 피의자
신문조서진술기재에 의하면 "기억이 나지는 않으나 피고인 정태수가 그렇게
진술했다면 인정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한 등의 진술을 종합하면 뇌물공여의
시기는 90년 11월27일 이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릇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에 관해 의문이 있을 때는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음에 대한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 정태수의 뇌물공여죄의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에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있는 이상, 의심스러운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한다는 법리에 따라
위 뇌물공여죄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태수가 공여한 금원의 뇌물성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심리할 필요
없이 위 공소사실에 대해 면소를 선고해야 할 것이다.
<다> 피고인들의 그밖의 주장에 대하여
(1) 직무범위 내지 직무관련성에 대하여
살피건대,대통령은 공무원에 대한 임명권, 지휘.감독권, 중앙행정기관의
명령이나 처분의 취소권등을 가지므로 개별적인 국책사업의 사업자 선정,
지방공업단지의 지정에 대하여도 직접 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통해
지휘, 감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바 이는 대통령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행위이거나 적어도 대통령의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위주장은 이유없다.
(2) 직무와의 대가관계에 대하여
살피건대, 첫째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기업체의
활동에 대해 법령상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방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기업인들이 의식한 상태에서 원심판시와 같은
전두환, 노태우의 직무에 관해 이 사건 각 금원이 수수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이 사건 각 금원의 수수와 대통령의 직무와의 대가관계를 부인하는
주장은 이유없다.
둘째, 이 사건에서 수수된 금원은 1.정치자금에 관한법률이 정한 일정한
절차에 따라 모금, 관리된 것이 아니고 2.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인한, 비록 처음부터 정치활동을 위한 경비로 예정돼 있었고 실제로
그러한 경비로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모두 뇌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금원이 정치자금 내지 통치자금으로서 뇌물이 되지
않기 위하여는 오직 당해 정치가의 인격, 식견에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사람이 자기의 정치적 이념을 그에게 위탁하는 의도에서 자금을 주고 전혀
직무와의 대가관계는 없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기업인들이 금원을 공여함에 있어서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않는
경우에도 실제에 있어서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기업활동에 관하여 직접적.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의 막강한 직무권한을 의식한
상태에서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하여 다른 경쟁 기업과의 차별화된 이익을
기대하거나 적어도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 이사건 각 금원을 제공하였고
전두환,노태우도 대통령으로서 기업인들의 위와 같은 실질적인 금원 제공의
취지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게다가 이 사건 각 수수금액이 매우 다액인 점, 그 금원 수수의 방식이
비공식단독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이루어진 것인 점, 전두환,노태우가 받은
금원의 관리방법이 은밀한 것이었고 공여한 기업인들 역시 대개의 경우
금원조성방법이 변칙적이었고 속칭 돈세탁을 한점,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퇴임후에까지도 엄청나게 많은 금원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던 점등의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각 금원은 순수한 정치자금으로 수수된 것이라고는
도적히 볼수 없고 대통령의 직무와의 대가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뇌물
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수수된 금원은 모두 뇌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대통령의 직무가 매우 광범위하므로 개개의 금원별로 대통령의 구체적
직무중 어느것과 관련하여 수수되었는지를 밝히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가지고 대가관계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3) 뇌물성의 인식에 대하여
피고인 김우중, 최원석, 장진호는 그들이 노태우에게 이 사건 각 금원을
주면서 정치자금으로만 생각하였지 뇌물성의 인식이 없었으므로 뇌물공여죄
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피고인들이 노태우에게 공여한 각 금원의 액수가 매우 크고,
모두 단독 면담의 기회에 금원을 주었으며 위 각 금원을 조성할 때 대부분
돈 세탁을 하고 변칙 회계처리를 하였고, 피고인들이 검찰에서 적극적.
구체적인 이익을 바라거나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하여 적어도 불이익은 입지
않기 위하여 돈을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 금원을 줄 당시 뇌물성의 인식이 없었다고 할 수없다.
(4) 피고인 김우중은 1991.5경에 준 금1백억원의 공여취지에 대하여
1991.6의 광역의회 의원선거를 앞두고 선거자금으로 공여한 것일 뿐이고,
그전에 낙찰받은 진해 잠수함기지 건설공사의 수주사례도 아니다고 주장한다.
판단컨데, 진해 잠수함기지 건설공사의 발주에 있어 대우그룹의 잠수함
건조의 연고권을 무시하고 동아그룹에 위 공사를 맡기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피고인 김우중이 그렇게 되면 업계를 떠날 수밖에 없다면서 위 공사를
대우그룹에 맡겨 달라고 노태우에게 요청하여 1990.8.31 대우그룹이 위
공사를 낙찰받은 사실, 피고인 김우중이 1990.12 중순경 노태우에게 금
20억원을 주었으나 그후 남북경제협력관계로 노태우를 만날 때마다 돈을 더
바라는 듯한 분위기가 있고 향후 월성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공사도 예정
되어 있어서 위금 1백억원을 노태우에게 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 김우중이 위 금원을 제공한 것은 진해 잠수함
기지 건설공사 수주에 대한 사례와 월성원자력발전소 3,4호기 공사 등 국책
사업에 우선 참여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취지로 교부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취지 없이 순수하게 광역의회 선거자금
으로만 위 금원을 주었다고 볼 수는 없다할 것이니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피고인 김우중이 공갈죄의 피해자일 뿐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 김우중은,당시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에게 정치자금
제공을 거부하였다가는 엄청난 위해를 받을 수가 있어서 그와 같은 가능성에
외포되어 각 금원을 준 것이므로 자신은 공갈죄의 피해자일 뿐이어서 뇌물
공여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대통령직에 있던 노태우가 직무집행의 의사없이 공갈의 의사
로서만 피고인 김우중을 협박하여 금원을 교부받은 경우라고 할 수는 없고,
또한 피고인 김우중으로서도 대통령직에 있던 노태우가 기업경영과 관련된
경제정책을 결정.집행하고 금융, 세제 등을 운용함에 있어 대우그룹이 다른
경쟁기업보다 우대를 받거나 불이익이 없도록 선처해 달라는 의사를 가지고
금원을 제공한 것이어서 피고인 김우중의 위 각 금원의 제공이 공갈죄의
피해에 의한 행위라고 볼수는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6)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었다는 피고인 김우중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김우중은 재벌인 대우그룹의 회장으로서 과거부터 관례화되어 온
대통령에 대한 성금제공을 혼자서 거부하기는 어려운 처지였으므로 피고인
김우중이 금원을 제공하지 아니하는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어서
뇌물공여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과거에 재벌의 회장들이 대통령에게 금원을 제공한 전례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적법한 관례라고까지 할 수는
없고, 오히려 피고인 김우중이 위 각 금원을 대통령에게 제공함으로써
그룹의 운영과 관련하여 적극 또는 소극의 이익을 기대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 김우중의 위 각 뇌물공여행위가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수는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7) 피고인 김우중이 김종휘에게 지급한 금원의 직무대가성에 대하여
피고인 김우중이 김종휘에게 금원을 교부한 것은, 그 교부시점이 주식회사
대우가 참여하고 있던 군전력 증강사업에 있어서 이미 사업결정은
이루어졌고, 또한 김종휘가 곧 퇴임할 것이 확실시되는 시점이어서 퇴임하는
공직자를 돕자는 생각에서 결정한 것이고, 김종휘가 금원을 수수한 이후
에도 주식회사 대우에 어떠한 선처를 해 준 것이 없어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금원제공이 김종휘의 어떤 직무행위에 대한
불법한 이익이라고 볼 수는 없어 직무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뇌물
공여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피고인 김우중이 김종휘에게 제공한 금원은 군전력증강사업과
관련된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보좌관인 김종휘의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고,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다거나 머지않아 퇴임하는 공직자를
돕겠다는 생각이 있었으며,금원을 교부한 이후에도 주식회사 대우에 어떤
선처를 해 준 것이 없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직무관련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할 것이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8) 공소사실의 불특정과 관련한 피고인 최원석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 최원석은 1.동아건설산업주식회사가 리비아 대수로공사의 이행에
대한 국내은행의 보증을 받음에 있어 위보증과 대통령의 직무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에 대하여 적시가 없고 2.대통령의 경제정책 결정이나 금융,
세제운용등에 있어 동아그룹이 경쟁기업보다 우대받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게 하기 위하여 대통령이 경제기획원장관등에게 그와 같은 내용의 지시를
하였는지에 대하여 적시가 없고 3.동아건설산업주식회사에게 아산만
해군기지 건설공사가 수주되도록 내정하는 것이 대통령의 직무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또 위 내정에 대통령이 어떻게 관여하였는지에 대하여
적시가 없어서위 각 공소사실은 특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공소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1.피고인 최원석 경영의 동아건설산업주식회사가 그 수주의
제2차 리비아 대수로공사의 계약이행및 선수금반환 보증서를 1990.5.4까지
리비아에 제출하기로 하였는데 당시 건설부장관의 위 공사의 수급허가조건에
1억불 이상을 국내은행에서 보증받지 말 것이라고 하는 보증한도가 붙어
있었고 위 보증한도가 국내은행을 사실상 기속하고 있던 터라 위 보증서
제출기한을 지키기 위하여는 위 보증한도의 철회가 필요하였던바, 동아건설
산업주식회사의 요청에 의하여 건설부장관이 위 보증한도를 철회하여 주었기
때문에 동아건설산업주식회사는 1990.5.9까지 서울신탁은행과 한국외환은행
으로부터 위 보증서를 모두 발급받아 리비아에 제출할 수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해외건설공사와 관련된 은행의 보증서 발급에
대하여 대통령이 건설부장관을 통하여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2.이 사건 공소장이 기업체들의 활동에 대하여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통령의 광범한 직무를 구체적으로 여러가지 적시한 후에 "기업경영과
관련된 경제정책 등을 결정하고 금융,세제 등을 운용함에 있어서 다른 경쟁
기업보다 우대받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선처하여 달라"는 취지로
금원을 교부하였다고 기재한 이상 직무와의 관련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3.아산만 해군기지공사는 뒤의 범죄사실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방부에서
발주하였는데, 대통령은 위 공사의 발주에 관하여 국방부장관에게 지시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위 공사의 발주는 대통령의 직무범위
내에 있다고 할 것이다.
(9) 공소사실의 불특정으로 인한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는
피고인 이현우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장이 각종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체들의 활동에 대하여 영향을
미칠수 있는 대통령의 법령에 의한 직무와 그와 관련된 사실상의 광범한
직무를 구체적으로 여러가지 적시한 후에 "금융, 세제 운용 등 기업경영과
관련된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다른 경쟁기업보다 우대하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선처하여 달라"는 취지로 금원을 수수하였다고 기재
함으로써 금원수수가 대통령의 위 여러가지 직무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임을 표시하였다고 할 것이고 금원수수와 대통령의 직무와의 관련을 표시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다만, 개개의 금원수수가 대통령의 위 여러가지 직무중 구체적으로 어느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지는 적시하지 아니하였으나, 뇌물과 직무와의 관련성
은 그직무가 수뢰자의 여러 직무 중의 전부 또는 일부에 속함을 적시하면
되고 수뢰자의 여러 직무중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
관계에 있는지까지는 명백히 하지않아도 지장이 없다 할 것이므로, 노태우가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취지로 제공된각 금원을 수수하였다고 기재한
것만으로도 공소장 적시의 구체적인 직무중의 전부 또는 일부와 관련
되었다고 하는 범위내에서는 직무관련성을 특정하여 적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직무관련성에 대한 기재가 특정되어 있지 않음을 전제로
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10) 뇌물성의 인식이 없다는 피고인 이현우의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절히 판시한 바와같은 이유로 피고인 이현우가
노태우와 기업주와의 단독면담시에 거액이 수수되는 경우가 상당히 있음을
알고 있었고 노태우가 기업인으로부터 직접 받는 돈이나 피고인 이현우
자신이 기업인으로부터 받아서 노태우에게 전달하는 돈이 뇌물이라는 점에
인식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주장은 이유없다.
(11) 수뢰를 방조한 일 없다는 피고인 금진호의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노태우의 동서로서
상공부장관등을 역임하여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노태우와 가까운 피고인
금진호가 노태우의 사전승낙에 기하여 김용산, 박용학에게 자신이 먼저
연락하여 대통령에 대한 금원제공을 하도록 권유하여 노태우의 수뢰를 용이
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인 금진호에게 수뢰자를 방조할
의사가 없었던 경우에는 뇌물공여방조(또는 제3자뇌물취득죄)만 성립하지만,
이와 같이 피고인 금진호에게 피고인 노태우의 수뢰를용이하게 할 의사도
있었음이 인성되는 이상, 피고인 금진호가 김용산, 박용학의 증뢰를 용이
하게 한 면도 있고 뇌물공여에 제공되는 정을 알면서 김용산, 박용학으로
부터 교부받았어도 뇌물공여방조(또는 제3자뇌물취득죄)와 수뢰방조죄는
함께 성립하고 위 양죄는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 금진호의 위 행위를 기소된 죄명인 뇌물 수수방조죄로 의율한
조치에 하등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현실적으로
증뢰의 방조와 수뢰의 방조는 1개의 행위가 동시에 양쪽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와 같은 경우 이론상은 양죄의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으나 그에
대한 기소에 있어서는 증뢰자와 수뢰자중 누구를 위한 의사가 보다
강하였는지에 의하여 어느 한쪽만으로 기소할 수도 있을 것인바, 피고인
금진호와 노태우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어서 피고인 금진호에게는 김용산, 박용학을 위하여 뇌물을 전달
한다는 생각보다는 노태우를 위하여 금원 제공을 권유하고 노태우 대신
위 금원을 받아 그에게 가져다 준다는 생각이 짙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원심이 뇌물수수방조죄로 의율한 조치에 하등 위법이 없다}. 따라서 위
주장은 이유없다.
(12) 수뢰를 방조한 일이 없다는 피고인 이원조의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 이원조가
전두환, 노태우의 사건 지시를 받고 이 지시에 따라 장상태 이동찬 백영기
에게 자신이 먼저 연락하여 대통령에 대한 금원제공을 하도록 권유하여
전두환, 노태우의 수뢰를 용이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뇌물공여의
방조와 뇌물수수의 방조의 관계는 위 피고인 금진호의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 결론 -
결국 국가의 행정과 정치에 소용되는 돈의 흐름과 양을 공개하여 법률로
통제해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최선의 정치형태로 발견한 인간의 이성이
명하는 바이고그렇게 되는 것은 인류의 이상이다.
왕조시대와 달리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의 예산을 공개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상의 실현을 위한 것이다.
또한 정권의 획득과 유지를 위하여사용하는 돈을 의미하는 소위 정치자금
까지를 일부의 문명국가에서 공개하는 것은 이러한 이상의 실현을 위한 또
다른 일보의 전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행정의 예산이 법으로 공개되고 감사를 받는 것은 더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이고 정치자금의 경우에도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과
기부금품모집금지법 그리고 공직선거및 선거부정방지법 등에서 그에 관한
공개와 통제를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법들이 규정하고 있는 정상적인 흐름을 벗어난 돈의 흐름
이다.
비유하자면 지상의 수로를 따라 흘러야 할 물이 지하의 미로로 흐르는
경우인 것이다.
바로 정치자금으로 또는 그러한 명목으로 주고 받는 뇌물이 이에 해당한다.
지상의 수로로 흘러야 할 물이 지하의 미로로 흐르게 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지상의 수로를 막거나 좁혀 놓고 대신 지하의 미로로 물길을 열어 놓은
사람, 그리고 지하의 미로의 폭을 넓혀 놓은 사람이 져야 할 것이다.
어차피 물은 흘러야 하는데 지상의 수로는 막혀있고 대신 지하의 미로가
열려있다면 물은 지하로 흐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이 흐르는 통로와 양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 그러면서
지상의 수로는 좁혀 놓고 대신 지하의 미로를 넓혀 놓은 사람, 그 사람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하의 통로가 열려있다 하여 그곳으로 돈을 쏟아부은 기업가들에게도
책임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들의 안전 내지 이익의 극대화를 동시에
도모한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존재를 인정하고 기업의 영리추구를 보장하며 국부의 생산을 기업
에게 요구하는 사회에서 기업 및 기업가의 이익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기업가들의 사고를 일차적인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
그들의 책임은 일차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일차적인 책임은 그들로 하여금 그러한 방식으로 돈을 바치지 않을 수
없도록한 권력, 그리고 이를 거들은 추종자들이 져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