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 <나래이동통신 사장>

토요일 일요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결혼식에 가기위해 부산을 떤다.

진정으로 축하하기 위해 가는 경우, 체면과 안면때문에 마지못해 가는
경우 특정목적을 위해 얼굴을 보이러 가는 경우 등 모두가 분주하다.

이로 인해 예식장 주변의 도로는 주말과 휴일이면 정체속에서 헤어나올
줄을 모른다.

10분 경조사 인사를 위해 기름낭비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할 것이다.

옛부터 우리에게는 이웃간에 어려운일이 있을 때 서로돕는 상부상조의
미덕이 있어 왔다.

농경문화에서 시작된 우리문화는 십시일반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라는
말처럼 어렵고 힘든 일은 서로 서로 돕고자 두레 라든가 품앗이 와 같은
미풍양속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그 순수의미는 퇴색되고 소위 얼굴 보이기 형식이
돼 버렸다.

보건복지부는 얼마전 이러한 폐단을 없애고자 공청회를 열고 부조문화에
법적인 규제를 가하는데에 대한 여론을 물었다.

이를 법으로 규제한다는 데에 반대론도 만만치 않지만 규제한다해도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행태는 어떤식으로든 변화돼야 한다.

예식장이나 상가에 찾아가는 진정한 이유를 한번 쯤 생각해 보자.

진정한 마음에서 가고 있는지를 돌이켜봐야 한다.

타인이 생각해 준다는 자체만으로도 당사자는 기쁜 것이다.

그렇다면 한 통화의 전화를 통해 진정한 축하의 말이나 애도의 말을
전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부조금은 온라인으로 전해도 될 것이다.

물론 삭막하다는 의견을 내세울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찾아갈 필요가 있는 사람은 가까운 친지나 친구로 족할
것이다.

무조건 많이 찾아오면 좋다는 식의 생각은 허례허식이다.

먹고살기 바쁜 세상에는 그에 맞는 미풍양식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요즘 신세대 신호부부는 청첩장에 온라인번호를 적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기쁨을 함께 하는 그 본질만이 퇴색되지 않는
선이라면 이것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예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종종 걸음으로 돌아가거나 피로연장으로 향해도
아무런 거부감없이 공감할수 있는 문화가 하루 속히 왔으면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