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붕락위기에 처해 있다.

재정경제원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증시 "안정책을"을 발표했음에도 불구
하고 주가하락추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주가안정을 위해 더 취할 수단도 없는 실정이어서 증시기반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94년말에 일어난 "멕시코사태"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것은 원화환율급등(원화가치하락)
시중금리고공행진 경기.실적부진장기화 수급불균형지속등 복합요인이 작용
하고 있어서다.

우선 원화환율급등이 가장 큰 요인이다.

원화의 대미달러화환율은 최근 5일연속 사상최고치 경신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외국인의 주식매도를 부채질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환차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유주식을 내다팔고 매각대금을
달러화로 바꾸기 위해 외환시장에 원화를 팔면 환율은 또다시 오르고 주식
매각은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원화환율이 17일현재 달러당 844원으로 11월말보다 1.9% 절하되면서
외국인들은 254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팔고(14일까지) 1,700만달러(약
143억원)를 갖고 나갔다.

외국인들이 주식투자자금을 유출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우울한 전망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멕시코사태의 초기증상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멕시코는 지난 94년말 고평가된 페소화 절하정책을 펴면서 유입된 외국
자금이 유출돼 주가와 지가가 폭락했다.

이는 기업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해 결과적으로 95년 경제성장이 뒷걸음질
쳤었다(마이너스 5% 성장).

주식과 대체관계에 있는 회사채수익률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가 지준율과 은행대출금리를 인하하면서까지 회사채수익률을 낮추려고
했으나 오히려 상승커브를 타고 있다.

17일 현재 연12.5%로 지준율인하(11월8일, 12.10%)전보다 높아져 있다.

재경원은 이번 안정책에서 신축적인 통화관리를 통해 시중금리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으나 한국은행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RP(환매채) 경쟁입찰금리가 연 12%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현재
회사채수익률이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정종렬 신영투신사장)는 얘기다.

한은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한 시중금리안정은 당분간 기대할 수 없고 주가
상승도 점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당초 내년 2.4분기에 저점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경기전망도
3.4분기이후로 1분기정도 늦춰진 상태다.

기업수익도 내년 하반기에 가서야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내고 경기의
선행지표인 주가저점도 올해말에서 내년 1.4분기로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수급불균형 해소도 요원한 상태다.

현재 신용융자는 2조9,000억원을 넘어서고 있으나 고객예탁금은 2조
5,000원선을 맴돌고 있다.

더우기 신용융자중 내년 1월중 만기도래하는 금액이 70%나 된다.

사정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당국과 업계는 팔짱만 끼고 있다.

재경원은 16일 면피성이 짙은 "증시수요확충방안"을 발표하고는 할일
다했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증권 투신등 기관투자가는 안정책을 기다렸다는 듯이 보유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증시소생은 오불관언이라는 식이다.

붕락위기에 있는 증시를 소생시키기 위해서는 이같은 소극적인 접근을
버려야 한다.

환율안정을 통해 외국인의 동요를 막고 시중금리하향안정을 위해 당국이
한목소리로 나서고 정부보유주식 매각을 백지화하는 등 수급개선을 위한
가시적 노력이 보여져야 할 것이다.

상장사들도 적정배당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보답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증시는 이용하려고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틀림없이 보복한다"는 격언을 모두
되새겨 볼때다.

<홍찬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