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용품이 국내 내수시장을 급속히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7일 주요 소비재의 "수입침투도"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 국제수지 악화는 물론 내수산업을 급속히 위축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치성 소비재 구입이 일반화돼 과소비를 조장할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입침투도란 해당 수입품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수입침투도가 가장 높은 품목은 전기면도기로 98.1%나 돼 수입 전기면도기
가 국내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제 커피포트의 국내시장 침투도도 82.3%에 이르렀으며 토스터(77.4%)
다리미(62.4%) 휴대폰(53.4%)등도 국내시장의 절반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리미 전기면도기등 생활용품의 시장점유율이 이같이 높은 비중을 차지
하게 된데 대해 연구소측은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다단계판매와 국내
유통시장개방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용품의 수입품 판매가 더욱 용이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소비재수입은 지난 94년이후 20%을 웃도는 높은 증가세를
지속해왔으며 경기가 바닥까지 추락한 올해에도 지난 10월까지 20.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더군다나 소비재수입증가율을 민간소비지출증가율로 나눈 소비재수입탄성치
는 지난 93년 0.3에서 94년과 95년에 각각 1.7과 2.1로 해마다 급속히 상승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비해 민간소비지출증가율을 가처분소득증가율로 나눈 소비탄성치는
1을 밑돈 것으로 나타나 수입품 소비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전기밥솥의 경우 올들어 3배를 웃도는 수입증가율(3백40.2%)을 기록
하고 있으며 헤어드라이어(1백25.1%) 목욕용 화장품(90.6%) 향수(71.9%)눈
화장용품(62.4%)등도 높은 수입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컬러TV(54.9%) 승용차(66.4%) 가구(37.2%)등 고가품의 수입도 해마다
급증세를 보이고 있어 이들 품목의 내수시장 잠식도 가속화될 것으로 분석
됐다.

한편 전국의 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서도
전기면도기 향수 위스키 전기다리미등 수입품을 사용하고 있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수입품을 실제 보유해 이를 사용하고 있는 비율은 시장점유율이 높을수록
높았다.

외제 전기면도기의 경우 보유율이 21.6%에 달했다.

우리 국민 10명중 2명은 외제 전기면도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다리미(18.9%) 향수(18.2%) 립스틱(16.9%) 주류(14.7%)등의 보유율도
높았다.

연구소는 전기면도기 커피포트 전기다리미 휴대폰등은 실제 보유율보다
수입침투도가 매우 높아 향후 수입품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수 립스틱 전기밥솥등은 실제 보유율이 수입품의 시장점유율보다 높은
것은 그동안 이들 품목에 대한 수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수입침투도 즉 수입품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생산액이 아니라
판매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수입품의 유통마진이 큰 화장품 승용차
가전제품의 경우 수입침투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박영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