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명동서일필.

태산을 움직일 기세로 야단법석을 떨더니만 결과는 쥐 한마리밖에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16일 재정경제원이 내놓은 증시안정책은 이런 상황에 딱 맞아 떨어진다.

한달여간이나 지지고 볶고 뜸들이며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는듯 했으나
내놓은게 "그저 그런"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수가 빠지면 안정책을 흘리고 오른다 싶으면 언제 그랬느냐며 딴소리를
하다 또 떨어지면 슬그머니 내놓을 듯이 호들갑을 떨고...

그러다 지난 13일 한국통신주식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면서는
안정책에 대한 회의론을 내놓았다.

"주가는 기업경영의 성적표이다.

경제가 안되고 수익이 안좋은데 주가하락만 탓하면 어떡하느냐.

내놓을 것도 별로 없고 막상 내놓은 뒤 실망매가 나오면 그때는."

(권태신 재경원 증권제도담당관)이라는 "합리적"인 설명이 그것.

그런데 16일 오후 느닷없이 안정책이 튀어나왔다.

종합주가지수가 장중한때 3년3개월여만에 660대로 주저앉으면서 증시
붕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 대한 고육지책이었다.

반면 증시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내놓아야 할 때는 안하다가 기다리다 지쳐 포기하고 있는데 효과도
의심스러운 대책을 왜 내놓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아니한만 못하다"는 혹평이다.

이런 혹평은 17일 증시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지수는 개장초 소폭 오르다 이내 추락의 길로 돌아섰다.

최근 주가하락은 원화환율급등(원화가치하락) 실세금리상승 경기.

실적부진 장기화 수급불균형 등 복합요인에 따른 것이다.

이번 대책처럼 수급불균형중 수요측면의 일부만, 그것도 부처간 손발이
안맞아 삐그덕거리는 신축적인 통화관리나 연기금주식 투자확대만으로는
효과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주가상승을 목말라하는 투자자들의 갈증만 더해주는 립서비스로 증시를
소생시킬 수 없음은 물론이다.

홍찬선 < 증권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