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그룹이 특수강의 봉강부문과 함께 캐나다와 미국의 현지법인까지
팔기로 한것은 위기 탈출을 위해 비상수단을 총동원한 것으로 볼수 있다.

공들여 인수한 해외 공장까지 잘라내 회생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것.

이에따라 삼미는 그룹 덩치가 현재의 절반정도로 크게 줄어드는 고통을
감수할수 밖에 없게 됐다.

삼미가 그룹의 몸집을 이처럼 줄이기로 한 것은 날로 심각해져 가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1조원을 넘는 부채로 금융비용만 연간 1천억원 이상씩 나가는 데다
특수강 경기불황마저 겹쳐 최근엔 부도위기까지 몰렸었다.

실제로 이 그룹은 지난달 만기 도래한 해외 전환사채(CB) 4백9억원을
은행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갚았고 상환만기된 2천6백억원의 부채도
상환기일을 연기하는 등 극심한 자금난을 겪었다.

이런 위기상황에 돌파구를 뚫기 위해 만성적자 부문인 특수강의
봉강공장과 해외법인을 모두 정리하기로 결심한 셈이다.

삼미특수강 봉강부문의 경우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큰 덩치이지만
이 회사 적자의 주범으로 골치거리였다.

연산 20만t의 스테인레스 강판을 생산하는 강판생산 부문은 현재도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봉강부문은 수요부진으로 적자 뭉치 였다.

지난 3년간 2천억원에 달한 삼미특수강의 누적적자 대부분이 봉강부문에서
나온 것이다.

또 캐나다 삼미아틀라스와 미국 알텍특수강 등 해외공장도 그룹
입장에선 "애물 단지"였던 게 사실.

지난 94년부터 소폭 흑자를 내기 시작하긴 했지만 89년 현지 공장인수후
4년간 적자 공장이었다.

더구나 최근엔 경영상황도 다소 어려워져 현지 증시 상장이 늦어질
것이란 얘기까지 나도는 형편이다.

어쨌든 삼미그룹이 특수강의 봉강부문과 해외법인을 포철에 모두 팔게
되면그룹 규모는 크게 오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삼미그룹의 지난해 그룹 매출액은 국내부문 1조7천1백억원과 해외법인
7천1백98억원을 합쳐 총 2조4천3백억원 정도.

이중 삼미종합특수강이 팔기로 한 봉강부문 등 매출(4천8백억원)과
해외부문을 빼면 나머지 매출규모는 1조7천억원 수준에 그친다.

국내부문만 따지면 1조를 겨우 넘어 30대 그룹권 밖으로 완전히
밀려나게 된다.

삼미그룹은 특수강의 봉강부문과 해외 현지법인을 팔면 1조원의 부채를
상당부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창원공장 규모의 봉강설비를 갖추려면 현재 7천억원 정도가 드는
데다 해외법인의 경우 수익전망이 밝아 빚을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삼미그룹 관계자)이란 희망이다.

포철은 조만간 실사팀을 구성해 인수자산의 평가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삼미가 포철로부터 얼마큼의 자금 수혈을 받아 남은 계열사들을
어떻게 꾸려 나갈지가 이제부터 관심이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