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정기국회 폐회일인 18일 안기부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기국회
기간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회의장에서 실력대결을 벌이며 밤늦게까지
진통을 겪었다.

<>.이날 안기부법 등을 다루기 위해 오후 2시에 열기로 했던 본회의는
법사위에서 안기부법을 제대로 심의하지 못해 자동 연기되면서 진통을 예고.

신한국당 의원들은 법사위원들을 제외하고 오후 2시쯤부터 본회장에 속속
입장해 지도부의 행동지침을 기다리며 대기상태에 들어가자 국민회의 저지조
들도 각자 맡겨진 위치에서 상황을 주시.

국민회의의 국회의장실 저지조장인 권노갑의원을 비롯 18명의 의원들은
"인스턴트식품으로는 힘을 못쓴다"며 도시락을 시켜 의장실 주변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국회의장의 본회의장 입장을 원천봉쇄하기도.

신한국당 서청원총무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소속의원들에게 "본회의장을
떠나지 말라"고 주문하는 등 만반의 준비태세를 지시.

<>.법사위는 이날 신한국당의 계획대로 안기부법 개정안을 상정, 심의하려
했으나 국민회의 의원 30여명이 "저지조"를 편성, 강재섭 위원장실에 몰려와
강위원장의 회의장 진입을 원천봉쇄.

적어도 민생관련 법안만이라도 심의하게 해달라는 강위원장과 국민회의
의원들간 가벼운 설전이 오가던중 법사위 회의장에서는 신한국당 이사철의원
과 국민회의 의원들간 욕설을 주고 받는 험악한 공방전이 전개.

소란의 발단은 법사위 이사철의원이 자리에 앉아 있던중 국민회의 채영석
이윤수의원 등이 법사위직원들에게 칠판에 적혀 있는 안기부법 개정안 처리를
삭제할 것을 강압적으로 요구한데서 비롯.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당무회의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회기내 처리 방침"과 "실력저지" 입장을 재확인하고 소속의원들에게
행동지침을 전달하며 전열을 재정비.

국민회의는 특히 이날 당무회의를 열어 안기부법은 물론 각종 민생법안
처리 등 이날로 예정된 모든 의사일정을 원천 봉쇄키로 의견을 모았으며
소속의원 전원으로 국회의장실 저지조 등 6개 저지조를 편성, 실력저지
입장을 재확인.

<>.자민련은 이날 당무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안기부법 개정 자체
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내년초 임시국회에서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처리해야
한다는 쪽으로 최종 의견을 집약.

당무회의에서는 안기부법 개정 찬.반여부를 놓고 위원들간 격론이 있었으나
김종필총재가 "나도 도청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안기부법 개정안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당론을 유도.

안택수대변인은 비공개 당무회의를 마친뒤 "안기부법 개정에는 원칙 찬성
입장이나 안기부원들의 정치관여와 직무남용을 막기위해 안기부법 10조와
13조의 벌칙조항을 현행 4년에서 10년으로 강화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기로
했다"고 부연.

< 김호영.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