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첫 정기국회가 1백일간의 활동을 마치고 18일 막을 내렸다.

이번 정기국회는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진통은 있었지만 여야간 대화와
타협 정신을 그런대로 발휘, 몸싸움으로 얼룩졌던 과거와는 비교적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는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무엇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비준동의안이 여야간 다소 공방은
있었지만 별탈없이 본회의에서 처리됐고 예산안과 추곡수매동의안도 제도
개선문제와 걸려 시간은 걸렸지만 여야간 큰 충돌없이 마무리됐다.

제도개선문제 역시 3당총무와 제도개선특위 위원장간 20회가 넘는 협상을
통해 물리력 동원없이 해결됐다.

그러나 제도개선특위 활동이나 지역예산배정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할 것
없이 여전히 당리당략을 앞세웠던 것이나 회기막판에 발생한 안기부법의
정보위 날치기 처리와 법사위에서의 진통은 이번 국회가 아직도 구태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 단적인 예였다.

한마디로 "변모"와 "구태"가 혼재한 과도기적인 국회상을 보여주었다는게
일반적인 견해이다.

정기국회 역학구도는 4.11총선후 영입작업에 열을 올려 과반수에 턱걸이한
신한국당이 한축이 되고 총선이후 공조체제를 다져온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또 다른축을 형성, 주요현안 때마다 "신한국당 대 국민회의.자민련"의 대결
구도를 나타냈다.

특히 개원국회의 부산물인 제도개선특위문제는 내년 대선을 의식한 여야간의
치열한 밀고당기기로 국회 종반파행의 진원지였고 이번 회기중 최대 쟁점사항
이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제도개선특위 활동을 예산심의와 연계하는 전략으로
나왔고 여당은 두가지가 분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한동안 국회가 파행을
거듭했다.

결국 여야가 대선후보 TV토론문제 검경중립화 방송관계법 등 50개분야 제도
개선에 합의했으나 선거법상 연좌제 문제는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채 내년
으로 넘기게 됐다.

총 71조6천억원의 나라살림을 심의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과거 어느때보다
긴 심의기간을 가졌으나 결과는 정당별 "나눠먹기식"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더욱이 예결위는 대북밀가루제공설로 벽두부터 암초에 부딪친데다 야당측이
제도개선 협상과 추곡수매가를 예산심의와 연계하는 바람에 법정시한인
12월2일을 10일이상 지난 13일에야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야당측도 예산안 계수조정과정에서 무조건 삭감보다는 조정에 치중해
전과 다른 면모를 보여줬고 계수조정 내용도 비교적 충실했다는게 여야의
자체 평가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의원입법 1백54건, 정부법안 1백51건 등 모두 3백5건의
법안이 제출돼 이중 1백86건이 의결됐고 12건은 폐기, 3건은 철회됐다.

초선의원들의 대거진출로 왕성한 입법활동이 두드러졌던 점은 평가받을
만하나 상임위에서 "수박 겉핥기식" 심사는 여전한 과제로 지적됐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