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이번 사장단 인사는 기본적으로 <>성과주의 <>세대교체를
모토로 하고 있다.

신경영 1기의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우선 창사이래 최대규모의 인사를 통해 최고경영진의 면모를 일신했다는
점이나 대표이사들의 평균연령이 3세 가량 낮아진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산술적인 세대교체가 아니다.

삼성은 이번 인사를 통해 글로벌 경영체제의 토대를 구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본사 총괄을 신설해 김광호전자부회장 이필곤물산부회장 등 그룹의
간판급 경영인들을 임명했다.

신세길물산사장을 유럽본사대표로, 안덕기 엔지니어링 대표를 동남아본사
대표로, 유상부 중공업사장은 일본본사 대포로 각각 발령하는 등 중량급
인사를 대거 해외본사로 파견했다.

세대교체와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이라는 두가지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한 포석이다.

특히 김광호부회장과 이필곤 부회장은 그룹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돼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 하고 있다.

경영시스템을 한국에 있는 본사 중심이 아닌 현지완결형으로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이번 인사에 앞서 그룹차원에서 시니어 지역전문가를 도입하고 일부
중복업무를 통폐합하는 등 해외본사 리스트럭처링을 단행한 것도 이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최고경영진을 해외본사로 전진배치하고 난 자리엔 추진력있고 유능한
인사를 발탁했다.

결국 삼성의 이번 인사는 신경영 2기의 목표인 "글로벌 경영"과
"견실경영"을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한 위기관리형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는 이학수 비서실장 체제의 출범과도 맥을 같이한다.

사장급 인사중에선 중앙개발 허태학 전무의 두단계 승진이 눈에
뛴다.

윤종룡 일본본사 대표가 전자소그룹장으로 컴백했으며 진대제
전자부사장은 신설된 전자마이크로부문장을 맡아 반도체를 책임지게 됐다.

공식 발표는 되지 않았지만 현직에서 물러난 경영진들도 상당수 있다.

소병해 카드부회장, 황학수 카드부회장, 황선두 종합화학사장,윤기선
제일기획사장, 최훈 물산 건설부문 부사장, 오성환 건설부문 부사장,임동승
증권사장등은 이번 인사에서 상담역으로 발령받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삼성그룹의 이번 인사는 본격적인 "CEO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서곡이
되고 있다.

농업적 근면성이 아니라 직관력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회사를 끌고
나가는 최고경영자가 필요하다는 이건희회장의 의중이 어떻게 실현될지가
주목된다.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