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계는 올해 대중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최근 청소년등 젊은층 관객들이 영화 방송가요 등으로 급속히
이탈, 무용무대를 외면하고 있다는 위기위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대중화의 기치를 가장 높이 올린 곳은 한국무용협회.

협회는 "국제"라는 타이틀을 붙인지 2년째를 맞은 "서울국제무용제"에서
눈에 띌만한 대안을 내놓았다.

관람료 1만원중 3,000원을 문예진흥기금에서 지원하는 "관객지원제도"가
바로 그것.

이에 힘입어 무용제기간동안 문예회관은 연일 만원사례를 이뤘다.

국내 무용공연의 평균 입장률이 50~60%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큰
성과였던 셈.

협회는 또 올부터 "자유참가제"를 도입, 젊은 안무가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개별무용단들은 장기공연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발레시어터.

서울발레시어터는 3월16일부터 4월14일까지 "상하이의 별" "카페에서"
"재회" 등을 두레예술문화회관무대에 올렸다.

한달동안의 장기공연은 국내 무용사상 처음이어서 그 자체로 주목받았다.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국립무용단 서울시립무용단 서울예술단 등이
앞장섰다.

국립무용단은 11월 "오셀로"를 제작하면서 외부무용인에게 처음 문호를
개방했다.

서울시립무용단은 신무용의 레퍼토리를 재현하는 "우리춤 뿌리찾기"
무대를 마련, 황희연.김영희씨 등 외부무용가에게 객원안무의 기회를
부여했다.

서울예술단은 최승희씨의 대표적인 소품을 재현해 보였다.

무용가들사이에선 세대교체 바람이 완연했다.

40대중반이후의 교수무용가들이 부진을 면치 못한 반면 30대중반~40대초
무용가들이 의욕적인 활동을 펼쳤다.

서울국제무용제에서 강미리무용단이 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홍승엽
춤타래도정님 김기백 무용단 등 30대중반~40대초 개인안무가들이 상을
휩쓸었다.

창작면에서도 홍승엽 강미리 황미숙 김해경 김선미 제임스전 이경옥
김용철 박은화씨 등이 왕성한 활동을 보인 반면 교수무용가들은 기존
작품의 답습에 치중한 인상이다.

각종 무용제와 기획공연이 자리잡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6월의 "죽산국제무용제"에선 해외의 전위무용가들이 초대됐고, 9월
"창무예술제"에선 아프리카 민속무용이 선보였다.

8월초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변무용제"는 여름야외공연으로 발전할
토대를 구축했고, "우리시대춤꾼전"도 대중화의 가능성을 열어 보였다.

올해 내한한 해외단체중에는 미국 조프리발레단과 프랑스 프렐조카
무용단이 비중있게 받아들여졌다.

조프리발레단은 "빌보드", 프렐조카무용단은 "장미의 정령" 등으로
현대무용과 현대발레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이는 고전만을 고집하는 국내 발레단 등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 것으로
보인다.

국내무용단으로는 지희영무용단이 2002년 월드컵유치를 위해 중동 유럽
남미 등으로 동분서주했고 유니버설발레단이 4~6월 "지젤" 공연차 일본에
다녀왔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