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훤구 < 노동연구원 원장 >

한국경제신문사가 한국노총 한국경총 및 한국노동연구원과 공동으로 지난
2년간 추진해온 노사협력캠페인은 우리 산업현장에 노사협력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서는 경영계.학계는 물론 노동계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공감하고 있다.

작년 2월부터 "노사 새 지평을 열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금까지
이어진 노사협력캠페인은 한마디로 시의적절한 사업이었다.

국내외적으로 경제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를 청산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했기 때문
이다.

이 캠페인을 계획하던 단계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지난 10여년간 대립과 갈등으로 얼룩진 우리 기업들의 노사관계를 감안하면
노사협력을 외치는 캠페인은 일과성 행사로 그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산업현장의 반발도 클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우려와 기대가 뒤섞인 가운데 시작된 노사협력캠페인은 우리 노사
관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됐다.

이 캠페인은 국내 산업현장의 노사협력성공사례를 발굴하고 산업현장에서
노사갈등의 갖가지 요인을 입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갈등을 예방하고 분규가
터졌을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터득하게 해 주었다.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를 참여와 협력 관계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실질적인
방안들을 폭넓게 제시한 것이다.

선진국 기업들이 산업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국내에
소개한 것도 이 캠페인의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선진국들의 경험을 지향해야할 노사관계의 길잡이로 참고할
수 있었다.

이같은 노사협력캠페인은 올들어 산업현장에서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노사간의 갈등관계를 청산하고 새롭게 협력관계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노력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노사관계를 대립관계로만 생각했던 근로자들이 "노사는 하나"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도 이 캠페인이 남긴 성과이다.

물론 이같은 성공의 결실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이제 정착단계에 접어든 협력적 노사관계는 노사 양측이 어려운 현실여건
에도 불구하고 손잡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산업현장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고뇌하고 있는
노동계와 경영계 지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데 산업평화가 정착기에 접어든 이 시점에 노동관계법 개정문제를
둘러싸고 노사간의 갈등이 산업현장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법개정을 둘러싼 노사간의 긴장상태가 오래 지속될 경우 그간 공들여
쌓아온 노사협력의 분위기가 위축될 수 있어 우려된다.

이같은 여건을 감안할 때 현재 국회에 제출된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이
빠른 시일안에 국회의 논의과정을 거쳐 법으로 확정되길 바란다.

노동계 경영계와 정부는 노동법 개정이 끝나면 법개정 과정에 조성된
갈등을 청산하고 개정된 법의 틀 안에서 새로운 노사관계와 질서를 정립
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노동계든 경영계든 "완전승리"만을 고집하면서 갈등관계를 지속한다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노동법 개정으로 인해 내년의 노사관계는 상당히 불투명한 편이다.

이런 의미에서 노사협력캠페인은 내년에도 지속되어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노사간에 새로운 협력관계를 조성하기 위한 토론의 장이 많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런 노력들은 캠페인을 통해 산업현장 곳곳에 널리 전파
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