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발표된 삼성그룹 인사는 최종 발표 직전까지 갖가지 설이 난무했다.

특히 "포스트 김광호 체제"인 전자 소그룹장엔 막판까지 3~4명의 사장급
인사들이 거론되는 등 하마평이 무성했다.

그러나 실제 사장단 인사의 최종안은 이미 지난 15일 이학수실장(당시
차장)이 일본에서 귀국했을 때 확정돼 있었다는게 그룹 고위관계자의 전언.

결국 "이학수 파일"은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다가 18일 발표됐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에선 오뚝이처럼 재기한 인물들이 여럿 있어 이건희회장의
독특한 인사스타일이 재확인 됐다.

이길현 신라호텔 사장과 박경팔 전자(멕시코)사장이 대표적인 인물.

이사장은 물산 고문으로 거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이번에 다시
재기용됐다.

그룹내 일본통으로 알려져 있다.

박사장 역시 전관사장을 거쳐 상담역,멕시코 티후아나 건설본부장 등을
전전하다 다시 대표이사로 중용됐다.

이와는 다른 케이스지만 양인모 엔지니어링 사장 역시 그룹을 떠났던
인물로 다시 들어온지 1년만에 중책을 맡았다.

이같은 인사는 "한번 내치면 다시 쓰지 않는다"는 고 이병철 회장의 인사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이회장의 경영스타일만큼이나 파격적인 인사
라는게 중평.

<>.윤종룡 일본본사대표가 전자소그룹장으로 컴백한 것은 업종별 경기부침
에 따른 인생유전을 반영하고 있어 주목.

윤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전자가 70년대말 세계에서 네번째로
VTR를 개발할 때 최고책임자를 맡았던 기술전문가.

그러나 전자의 반도체 부문이 급성장하면서 가전부문이었던 윤대표는
상대적으로 한직으로 밀려났던 상태.

결국 윤대표의 복귀는 반도체 경기급락이 낳은 업종별 명암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중앙일보에 파견나갔던 배종열부사장이 제일기획 대표로 복귀한 것은
삼성과 중앙일보간의 분리작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은 이에 앞서 올해안으로 중앙일보 분리와 관련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했으며 이번 인사는 양사간의 인사교류도 없애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