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신한국당의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
에서 이홍구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기존 정치권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난
하면서 정치권 전체의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등 이례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 관심을 끌었다.

이대표는 "매년 정기국회 폐회일에 반복되는 구태에 국민들은 염증을 느끼고
있다"며 "이제 OECD 가입에 부응한 새로운 선진정치의 위상을 정립할 때이며
우리의 21세기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담당해 국민을 앞세운 새로운 정치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대표는 또 "국회는 기본적으로 토론과 표결이라는 민주적 절차와 다수결의
원리에 의해 운영되는 국민의 대의기관이며 국가적 중대사를 도외시한 채
정파적.당리당략적 이해만 앞세워 국회를 무력화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야권에 맹공을 퍼부었다.

이대표는 이어 "모든 국민의 여망인 생산적인 국회, 효율적인 정치를 위해
국민이 실감할수 있는 새로운 정치를 위해 당과 국회운영 전반의 개혁의
선두에 설 것"임을 표명했다.

이와관련, 당내 일각에서는 이대표가 지금까지의 "정치학자" 풍에서 벗어나
자신의 소신을 강하게 표출하는 등 "대권행보"에 시동을 건게 아니겠느냐고
분석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또 "새로운 정치세력" "개혁의 선두에 서겠다"는 등의 언급으로
봐 이대표의 향후행보가 전과는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이날 연석회의는 현역의원 뿐만아니라 원외지구당 위원장들까지 참석
했다는 점에서도 그의 발언은 야권비난 쪽보다는 당내를 겨냥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정기국회가 막 끝나고 당내의 차기 대권주자들이 대권행보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함께 대표취임 6개월여동안 처음으로 대표보좌팀에서 이날 행사에 앞서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당내외에서는 이대표의 이날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과 이대표의 향후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박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