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판 실리콘밸리가 될 미디어밸리의 최종입지는 과연 어디가
될까.

첨단과학산업의 메카로 조성될 미디어밸리 최종입지가 연내에 선정됨에
따라 유치신청서를 낸 각 지자체의 부동산업계가 후보지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종입지로 선정될 경우 단지조성에 따른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지역부동산시장이 장단기간에 걸쳐 엄청난 "미디어밸리 특수"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입지선정이 지역부동산업계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디어밸리계획은 오는 2000년까지 1단계로 총 3조5,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약 100만평 부지에 전자 컴퓨터 정보통신 영상 등 각종 최첨단기업과
연구소를 유치해 산업단지화하는 것으로 지자체와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으로
추진하고 있다.

단지내에는 미디어아카데미 20만평 소프트웨어파크 20만평 미디어파크
30만평 멀티미디어정보센터 1만평 지원시설 30만평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입지선정작업이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다.

특히 미디어밸리가 들어서면 배후 주택단지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아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지역부동산업계가 활성화되는 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밸리의 이같은 파급효과로 인해 각 지자체들은 지역 국회의원
지자체장 각종 추진협의회 등을 총동원, 막판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현재 미디어밸리추진위원회에 유치신청서를 내 심사를 받고 있는 후보지는
12개 지자체 16개지역이다.

이 지역은 해당 지자체들이 미디어밸리유치전에서 이기기 위해 지자체
내에서 입지여건이 가장 뛰어난 알짜배기 땅이다.

수도권내에서는 경기도가 화성군 태안읍 능리일대 100만평, 용인시
구성면일대 100만평, 안성군 구산면일대 260만평, 파주군 탄현면 142만평
등 4개 지역을 후보지로 신청했다.

이들 지역 부동산업계는 경기도의 후보지는 모두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입주희망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주군내에 있는 H부동산중개업소의 박모씨(49)는 "경기도내에서는
파주가 미디어밸리의 최적지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면서
"미디어밸리가 유치되면 부동산시장이 한차례 술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도신도시매립지 100만평과 용유도 일대 75만평을 후보지로 신청,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인천시의 부동산업계도 미디어밸리특수에
대한 기대가 높다.

송도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하고 있는 김모씨(53)는 "송도가 향후 들어설
인천국제공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미디어밸리가 들어서기에는 적합하다"
면서 "유치만 되면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이 기지개를 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변경관이 뛰어난 춘천시 의암호 일대 160만평을 후보지로 낸 강원도는
유치에 필요한 각종 지원사업을 약속하며 미디어밸리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지역 부동산업계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원도의 개발을 위해
의암후보지가 선정돼야 한다며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춘천시내의 Y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각종 개발사업에서 강원도는 항상
배제돼왔다"면서 "이번에 미디어밸리가 유치되면 지역부동산시장에 일대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산시 탕정면 용두리일대 94만평을 후보지를 낸 충남도와 청주시
오창과학산업단지내 130만평을 내놓은 충북도 등 중부권지역의 부동산업계는
"수도권은 이미 과밀된 상태로 미디어밸리가 들어설 최적지가 아니다"며
중부권 최적론을 역설하고 있다.

경남 사천시 용현면 일원 매립지 106만평, 대구광역시 동구 봉무동일대
108만평, 경북 구미시 산동면일대 101만평 대전광역시 유성구 일대 130만평,
전북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일대 101만평, 전남 나주 송월동 일대 111만평,
광주광역시 첨단과학산업단지내 25만평 등도 후보지로 개발될 경우 인근
부동산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커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디어밸리 추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후보지선정결과에 따라 지역부동산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면서 "지금 각 지자체의 유치전이 워낙
치열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전했다.

< 고기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