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웅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리더가 되려면"이라는 과목을 가르치는 나는 틈날 때마다 리더십에 관한
책을 읽는다.

이론서 회고록 그리고 해외 여러교육기관의 교과과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대개 리더의 자질론과 상황론을 강조한 이들 저작들은 매우 소중하다.

그런데 동서고금의 여러 저서들과 비교해 조금도 손색없는 책이 우리 주변
에서 발간되었다.

최근에 읽은 "어느 할아버지의 평범한 리더십"이 바로 그것이다.

"온 몸과 마음을 다하여 우주속에 몰입하면 작은 나는 완전히 없어지고
호흡과 심장의 고동마저 큰 사랑이 포용한다.

그리고 남는 것은 위대한 사랑이다.

그리고 그 순간 작은 나는 큰 우주가 되는 것이다"(297쪽) 사랑으로 승화된
지도력만을 리더십이라고 생각하는 저자가 "어느 할아버지의 평범한..."
시리즈 네번째로 이 리더십론을 펴냈다.

모두 일곱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우리는 저자의 다독 다식
다지 다혜에 감탄하게 된다.

동서의 고사와 일화를 역사 정치 문학 예술 종교 군사 그리고 수학(특히
기하학)에 이르기까지 인용하고 창조하여 재미를 한껏 돋군다.

정치와 군사분야의 웬만한 세계지도자는 물론 사상가와 역사가기까지 등장
하지 않는 인물이 없을 정도다.

나아가 임무와 책임에 따라 크고 작은 지도자들이 어디까지 자강불식해
할 것인가를 표로 정리하여 개인중심의 사적 지도자, 책임을 중시하는 공적
지도자, 희생을 앞세우는 의의 지도자, 그리고 하늘의 이름에 따르는 명의
지도자를 명확히 구분짓고 있다.

일국의 대통령쯤 되면 의를 넘어 명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상가로서 행동하고 행동가로서 사색하라"는 저자가 인용한 베르그송의
말 그대로 하늘을 알고 두려워하며 꾸준히 실천할 것을 촉구하는 이 저서를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 지도자를 모시는 사람, 지도자를 따르려는 사람
모두가 읽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