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발표된 제28회 사법시험에서 수석 합격한 황승화 (28.서울 관악구
신림7동 673의 61)는 "합격조차 장담하지 못했는데 수석이라니 더욱 믿기지
않는다"며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도 "수석 합격자라는 이름에 걸맞는
법조인 생활을 해야 하므로 적잖게 부담도 된다"고 합격 소감을 밝혔다.

지난 94년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한 황씨는 지난 92년 2차시험에
한차례 낙방한 뒤 군복무를 먼저 끝내고 지난해 1차 시험을 통과, 올해
도전한 2차 시험에서 평균 63.95점로 수석의 영광을 안았다.

황씨는 수석합격자들이 늘 그렇듯 "꾸준히 노력한 것 외에 특별한
비결은 없었다"고 겸손하게 말하면서 "다만 스터디그룹을 짜 매일 서울대
도서관에서 함께 생활하며 문제도 풀고 주제를 정해 돌아가며 발표하고
토론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의 스터디그룹 일원 8명중 2차시험에 합격하고도 국가보안법
위반협의로 두 차례 구속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등 시국사건
전력으로 인한 응시 결격사유로 3차 면접시험에서 탈락한 오기형씨(30)를
제외하고는 7명 모두 합격했다.

황씨는 이번 수석합격 영광의 상당부분을 아내 최은미씨(27)에게
돌렸다.

교회에서 만나 3년간의 연애 끝에 지난해 4월 동반자가 된 최씨는
결혼하고서도 특별한 수입없이 공부를 계속하던 그를 위해 직장생활을
하며 뒷바라지도 해주고 사랑하는 딸 (9개월)도 낳아줬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중.고교를 마친 황씨의 가족은 부산에서
거주하는 부모와 삼성전관에 다니는 형(32), 한전 입사시험에 합격한
동생(27)으로 평범한 편.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남긴 고 조영래 변호사를 가장 존경한다는 그는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소신있는, 그러면서도 조직에 적절히 융화할 수
있는 검사가 돼 공정한 법집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