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 "종합 예술인" 이 말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음악가나 미술가등 예술인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건축설계사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건축사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건축사들 스스로도 단순히 집만 짓는 기술자가 아닌 종합예술인들로
불리길 원한다.

건축사란 인간의 생활을 담는 용기를 만들어 낼뿐 아니라 도시라는
거대한 덩어리속에 건물이란 조형물로써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호텔 콘도미니엄 아파트 빌라등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하나의
건축물들은 모두 건축사들의 "작품"이다.

이같은 작품들이 완성된 형태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구상에서부터
설계 시공 감리등 전체과정을 총괄하는 사람이 바로 건축사들이다.

방송으로 비유하자면 프로그램의 총괄 책임자인 프로듀서(PD)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인간생활에 필수적인 의식주중 오늘날 옷과 먹는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아직도 집문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풀어야 할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집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집 혹은 사무실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사실 건물을 짓는 건축행위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설계.건축허가를 비롯한 각종 행정절차 건축법상의 적법성여부등
계획단계에서부터 준공까지 부닥치는 절차와 일들이 워낙 복잡하고
많기 때문이다.

"집을 한번 짓고 나면 삶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이다.

이같은 모든일을 자신의 판단하게 지휘 감독해 하나의 창작품을 세상에
선보이는 작업은 결코 쉬운일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일이기도 하다.

보통 대부분의 건축 의뢰인들은 건축사가 다재다능하기를 원한다.

실제로 건축사는 전공분야인 설계말고도 조경 기계 전기 토목 인테리어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배경지식이 있어야 업무수행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사들에 대한 사회일반의 평가와 인지도는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정확한 명칭도 건축설계사가 아닌 건축사이지만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이에 대해 건축사들은 건축사를 일반적으로 집짓는 기술자로 보지 말고
창조적 예술인으로 파악하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공은 기술적인 한 부분이고 가장 기초가 되는 설계작업은 단순한 기술의
영역이 아닌 전문 디자인감각이 필요한 예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방식(CAD)가 도입돼 건축사들의
작업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예전엔 스케치등 일일이 손으로 밑그림을 그려보며 작업을 했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게 컴퓨터로 이루어진다.

시간적인 측면에선 효율적으로 됐을지 몰라도 아무래도 감각을 키우기
위해선 직접 손으로 그려보는 게 중요하다는 게 많은 건축사들의 이야기다.

<김재창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