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페루 테러/태국 방화사건' ..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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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페루의 일본대사관저에서 테러의 총성이 울려 퍼지던 그날 지구
반대쪽 동남아의 태국에선 성난 근로자들이 일본 산요의 현지공장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같은날(17일) 밤에 발생한 두 사건은 겉으론 서로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일본의 글로벌경영과 국제외교에 대한 경종이라는 점에선 맥을
같이하는 사건들이다.
미국의 한 신문은 페루사태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했던 테러리스트를
다룬 영화 ''사선에서(In the line of fire)''에 빗대어 ''일본인들 마침내
사선에''라는 제목을 뽑았다.
그동안 해외에서 일본비즈니스맨들의 납치극이 간간이 발생했었지만 주로
돈으로 해결하고 넘어갔다.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특공대를 보낼 처지도 아니었다.
이번 페루사태에도 아무 상관없는 미국이 해결사로 나서겠다는 즉각반응을
나타낸 반면 당사자인 일본은 망연자실하다가 부랴부랴 이케다 일본외상을
현지로 보냈다.
지금까지 일본은 "전쟁은 미국이 막아주는 것이고 국제 테러는 서방외교관
이나 타깃으로 삼게 마련이라는 식"이었다.
미국이 국제분쟁에 군대를 보낼때 일본은 돈만 대고 장삿거리나 노렸다.
그랬던 일본이어서 페루테러와 태국방화는 청천벽력같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서방의 한 외교관은 "마치 시끄러운 바깥 세상은 알 바 아니고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이었던 일본 재계와 외교에대한 긴급 경고처럼 여겨지는 상징적인
두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다른 민족 이질문화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상대적
으로 미숙한 일본이 이제 세계화(Globalization)비용을 본격적으로 청구
받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주로 안에서 만들어 밖으로 내다파는데만 익숙해왔으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이민족을 종업원으로 부리는 일본현지공장이 급증
하고있다.
그중엔 국내정치나 종교문제로,혹은 인종분규로 골치아픈 곳이 한두곳이
아니다.
일단 현지에 진출한 이상 그 나라의 문제에 원하든 원치 않든 휩쓸려
들어가게 마련.
그렇게 되면 돈은 많고 힘(무력)은 없는 일본외교관이나 재계인사들이
적대세력의 단골인질이 될것이 뻔하다.
보너스 불만이 도화선이된 태국 산요의 방화사건도 따지고 보면 일본인의
주머니를 노린 테러나 마찬가지다.
페루인질사태는 페루대통령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지만 대통령의 해외
지원배후로 지목된 일본의 외교관을 타깃으로 삼았다.
한 서방언론은 "전후 미국외교관들이 국제테러의 봉이었던 것처럼 앞으로는
일본외교관이나 재계거물들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비아냥조의
논평기사를 내기도 했다.
일본 외교역시 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수단이었지 국제정치나 안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해 왔다.
그런 일본이 이제 페루의 정치테러와 태국의 노사분규에 휘말려 분명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이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글로벌경영은 미국이나 영국등에 비해 아직 멀었다.
미국과 독일의 해외생산이 전체 제조업의 20%나 되는데 비해 일본은 아직
6%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해외경영은 갈수록 늘어날수밖에 없고 동아시아중심의 제조기지도
언어 문화 관습등이 판이한 세계로 퍼질 것이다.
그래서 이번 페루인질극과 태국방화는 일본외교와 글로벌경영에 대한
경종인 동시에 시험대인 것이다.
일본과 같은 길을 가고있는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일수밖에 없다.
< 이동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1일자).
반대쪽 동남아의 태국에선 성난 근로자들이 일본 산요의 현지공장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같은날(17일) 밤에 발생한 두 사건은 겉으론 서로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일본의 글로벌경영과 국제외교에 대한 경종이라는 점에선 맥을
같이하는 사건들이다.
미국의 한 신문은 페루사태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했던 테러리스트를
다룬 영화 ''사선에서(In the line of fire)''에 빗대어 ''일본인들 마침내
사선에''라는 제목을 뽑았다.
그동안 해외에서 일본비즈니스맨들의 납치극이 간간이 발생했었지만 주로
돈으로 해결하고 넘어갔다.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특공대를 보낼 처지도 아니었다.
이번 페루사태에도 아무 상관없는 미국이 해결사로 나서겠다는 즉각반응을
나타낸 반면 당사자인 일본은 망연자실하다가 부랴부랴 이케다 일본외상을
현지로 보냈다.
지금까지 일본은 "전쟁은 미국이 막아주는 것이고 국제 테러는 서방외교관
이나 타깃으로 삼게 마련이라는 식"이었다.
미국이 국제분쟁에 군대를 보낼때 일본은 돈만 대고 장삿거리나 노렸다.
그랬던 일본이어서 페루테러와 태국방화는 청천벽력같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서방의 한 외교관은 "마치 시끄러운 바깥 세상은 알 바 아니고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이었던 일본 재계와 외교에대한 긴급 경고처럼 여겨지는 상징적인
두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다른 민족 이질문화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상대적
으로 미숙한 일본이 이제 세계화(Globalization)비용을 본격적으로 청구
받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주로 안에서 만들어 밖으로 내다파는데만 익숙해왔으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이민족을 종업원으로 부리는 일본현지공장이 급증
하고있다.
그중엔 국내정치나 종교문제로,혹은 인종분규로 골치아픈 곳이 한두곳이
아니다.
일단 현지에 진출한 이상 그 나라의 문제에 원하든 원치 않든 휩쓸려
들어가게 마련.
그렇게 되면 돈은 많고 힘(무력)은 없는 일본외교관이나 재계인사들이
적대세력의 단골인질이 될것이 뻔하다.
보너스 불만이 도화선이된 태국 산요의 방화사건도 따지고 보면 일본인의
주머니를 노린 테러나 마찬가지다.
페루인질사태는 페루대통령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지만 대통령의 해외
지원배후로 지목된 일본의 외교관을 타깃으로 삼았다.
한 서방언론은 "전후 미국외교관들이 국제테러의 봉이었던 것처럼 앞으로는
일본외교관이나 재계거물들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비아냥조의
논평기사를 내기도 했다.
일본 외교역시 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수단이었지 국제정치나 안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해 왔다.
그런 일본이 이제 페루의 정치테러와 태국의 노사분규에 휘말려 분명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이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글로벌경영은 미국이나 영국등에 비해 아직 멀었다.
미국과 독일의 해외생산이 전체 제조업의 20%나 되는데 비해 일본은 아직
6%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해외경영은 갈수록 늘어날수밖에 없고 동아시아중심의 제조기지도
언어 문화 관습등이 판이한 세계로 퍼질 것이다.
그래서 이번 페루인질극과 태국방화는 일본외교와 글로벌경영에 대한
경종인 동시에 시험대인 것이다.
일본과 같은 길을 가고있는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일수밖에 없다.
< 이동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