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에 굶주린 현대인들에게 엔돌핀과 산소를 공급해주고 싶어요"

새해부터 한국경제신문에 소설 "장미섬 우화"를 연재할 작가 송숙영씨는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게 해줄 "행복의 전령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송씨는 "현대인들은 틀에 박힌 산업사회에서 자신도 모르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병들어가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낙천적인 웃음,
바보스런 농담, 허파에 바람빠진 것같은 사람들의 웃지못할 희비극과
그 비밀을 훔쳐보면서 독자들이 공감과 갈채를 보내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내가 하지 못하는 혼외정사를 그들은 소설속에서 과감하게 저지르며
이혼도 안하고 잘들 살잖아요"

소설의 주인공은 압구정동의 신경정신과 원장인 공인수여사.

그녀는 매일 상담과 치료를 희망하는 환자들을 만난다.

그 수많은 사건과 고통의 심각함은 직접 듣지 않으면 믿을 수 없을
만큼 그로테스크하다.

공무원이던 남편이 과로사하는 바람에 과부가 된 공인수여사 자신도
약간 알딸딸할 정도다.

물론 그녀는 인간적 성품때문에 실수와 오진을 하는가 하면 혼자 사는
여자로서 "나도 혹시 숨겨진 스캔들메이커가 아닌가" 진단할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산다.

말짱한 정신으로 버티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비인간적인
인물이라는 것이 프로이트 신봉자인 공인수여사의 진단이다.

그녀는 도무지 치료가 안되는 환자가 오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환자 때문에 의사가 노이로제에 걸리는 건 아닐지.

그래도 그녀는 이성과 의학적 지식으로 진단하고 치료한다.

"이 소설은 세기말을 향해 치닫는 서울의 한 빌리지를 배경으로 그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기꾼들의 행각과 병든 "신사숙녀"들의 부끄러운 속내를
담고 있죠.

이는 또한 눈물어린, 고통스러운 천사들의 흐느낌이기도 하구요"

이를 통해 작가는 "사랑하는 일이 두렵게 된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공인수여사의 입을 통해 말해지는 천일야화는 곧 현대의 "데카메론"이라
할수 있습니다"

그는 또 "아무리 노력해도 최선의 상태란 있을수 없으며 있다가도 곧
사라지는 것이 90년대의 메커니즘 혹은 리얼리즘"이라며 "신경정신과
의사인 공인수 박사가 겪는 희비극속에서 자기가 서야 할 자리를 새삼스레
발견할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가슴이 떨립니다.

독자들을 시원하게 웃기고 울릴수 있을까 걱정도 되구요.

5년간이나 자료를 수집한 보람이 꽃피길 빌면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35년 개성태생인 송씨는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한뒤 영국 왕립극예술
아카데미에서 극작을 공부했으며 60년 "현대문학"으로 문단에 나온 뒤
왕성한 필력으로 그동안 20여권의 장편소설을 내놨다.

신문연재소설로 "긴꼬리딱새 날다"를 비롯 "청색시대" "둘 빼기 셋"
"인스턴트 러브" "강남 아리랑" "사랑하는 것이 두렵다" "행복의 문지기"
"줄광대" 등을 썼으며 83년 대만작가협회가 주는 외국작가상과 93년
조연현문학상을 받았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