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신의 부도여파로 주택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주택업계는 그나마 자금력이 탄탄한 것으로 평가돼온 동신마저 주저앉자
더 큰 충격에 휩싸여 있다.

자칫 주택업계가 모두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이다.

주택업계의 몰락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국내 주택업계의 대표주자였던 우성건설과 삼익이 올해초와 지난해말
파산한데 이어 지난8월 주택건설 계열사만 8개를 두었던 건영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주택업계의 도산은 지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방업계의 터줏대감노릇을 하던 영진건설 무등건설 뉴서울주택 미림건설
등이 지난해 잇달아 무너졌고 올들어서도 22일현재 1백89개업체가 부도를
맞았다.

올해말까지 부도업체수는 지난해(1백45개)에 비해 30%이상 늘어난 2백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택업계의 연쇄부도는 미분양 택지난 사업다각화 실패라는 3중고가 5년
이상 지속되면서 주택업체들을 한계상황으로 몰아 넣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우선 아파트 미분양물량이 아직 11만여가구가 남아 있다.

1년전에 비해 미분양물량이 6만가구 줄었으나 이는 업체들이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사업량을 축소한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한해에 3천~5천가구를 분양해온 동신은 올해 의정부 장암지구(2백99가구)와
서울 공릉동(4백52가구)등 2곳에서 7백51가구를 분양하는데 그쳤다.

또 심각한 택지난으로 기본적 사업물량 마저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업계의 숨통을 죄고 있는 요인이다.

택지는 주택업계에 있어 "원료"이기 때문이다.

매출유지를 위해 하는수 없이 지방에서 땅을 구입, 아파트분양에 나섰다가
대거 미분양을 떠안으면서 자금난이 심화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문제는 이같은 여건이 단시일내에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는데 있다.

부동산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고 주택보급률이 84%를 넘어서면서 아파트
를 대량공급하는 방식이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자금력을 앞세워 공장부지를 구입하거나 재개발 재건축으로
주택사업방향을 돌리고 있으나 주택전문업체들은 이마저 여의치 않은 실정
이다.

부동산경기가 되살아날때까지 당분간 미분양을 감수해야 하지만 불황이
5년이상 이어지면서 탈진상태를 보이고 있다.

주택업계로서는 마지막 해결책으로 분양가자율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단시일내에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

정부는 물가상승과 서민생활불안으로 이어지는 집값상승을 어떻게든
막는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 김철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