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종금사태를 계기로 대기업들의 단체인 전경련이 적대적인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해 정부가 규제방안을 마련하도록 건의해 주목을
끌고 있다.

만일 적절한 규제조치를 하지 않으면 상장주식의 대량취득을 제한하는
현행 증권거래법 2백조가 삭제되는 내년 4월 이후 무분별한 M&A 때문에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많다는게 전경련의 주장이다.

한화종금사건은 10대그룹에 속하는 대기업을 상대로 적대적인 M&A를 통해
경영권을 빼앗으려 했다는 점에서 기업은 물론 일반인들에까지 큰 충격을
준것이 사실이다.

한화종금의 경영권향방은 아직 알수 없지만 이제 국내에서도 M&A 대상에
성역은 없으며 제1대주주를 제외한 여타 주주들의 태도도 예전같지 않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OECD가 최근 국내 M&A 시장의 완전개방을 주장하자
기존의 대주주들이 더욱 불안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며 전경련의 이번
대정부건의도 이러한 일련의 상황변화에 대한 자구책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M&A 중개업계를 중심으로한 다른 일각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소유분산시책에 따르다 보니 기업을 뺏길 가능성만 커졌다는
재계의 불평에 대해 그것은 기업공개로 얻은 유무형의 이득을 도외시한
이기적인 발상이며 기업활동의 위축가능성도 지나친 과장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그동안 소홀했던 소수주주의 이익보호를 강화하고
경영효율을 극대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쪽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지만 기업인수자의 자금출처를 조사하고
자사주 매입한도를 현재의 10%에서 15~20%로 늘려달라는 전경련의 대정부
건의는 다소 성급한 감이 없지 않아 보인다.

국회에서 증권거래법개정안이 통과된지 불과 며칠밖에 안된데다
5%이상의 지분을 매입할 때 공시의무대상이 크게 확대됐고 공개매수
의무요건도 강화돼 M&A 추진과정이 상당히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물론 새 증권거래법이 시행되는 내년4월 이전까지 차명으로 상장주식을
매집해 적대적인 M&A를 추진할 가능성은 있다.

또한 5%이상의 지분매입때 공동목적의 유무를 어떻게 신속하게 입증할지도
궁금하다.

그러나 이같은 점들은 관계당국이 철저히 감독하거나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완하면 충분하다고 본다.

게다가 금융실명제에서는 명백한 범법혐의가 있을 때에만 자금출처조사가
가능하며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시비가 적지
않기 때문에 기업인수자의 자금출처조사 건의는 무리한 감이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거듭 말하지만 M&A는 소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대주주의 독주를
견제함으로써 자본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경영효율을 극대화하는데 의의가
있다.

따라서 기존의 대주주들은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순응함으로써 M&A의
순기능이 극대화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관계당국은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외국의 사례를 연구하고 계속 보완책을 마련해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