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호영송씨가 세번째 창작집 "유쾌하고 기지에 찬 사기사" (책세상
간)를 펴냈다.

중층적인 상징과 알레고리 기법, 현실과 환상의 결합을 통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의 단편 11편이 담겨있다.

그는 시인 화가 연극연출가 소설가 동화작가 등 다양한 예술가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순결한 영혼이 세상의 어둠과 벌이는 대결구도를
다채롭게 보여준다.

절망적인 시대상황에 밀려 더이상 시를 쓰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어느 시인의 죽음"과 현실에 안주하며 파멸로 치닫는 예술가의 초상을
그린 "작은 거인", 출세욕과 공명심에 사로잡힌 인간의 욕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자리" 등이 이같은 작가의식을 잘 드러내준다.

특히 연작 두편으로 구성된 표제작은 블랙유머와 풍자의 차원을 한층
높여주는 역작으로 평가된다.

세속적인 명예에 매달려 불륜과 표절로 얼룩져가는 한 소설가의 이중적인
상황이 기지에 찬 문체로 그려져 있다.

작가가 "통렬한 풍자대상에는 나 자신부터 포함된다.

그런 나의 태도가 슬몃슬몃 드러난 것이 이 연작이다"라고 밝힐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

62년 시집 "시간의 춤"으로 등단한 그는 73년 계간 "문학과지성"에
화제의 단편 "파하의 안개"를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지난해
장편 "내 영혼의 적들"과 소설집 "흐름속의 집"을 연달아 내놓는 등 왕성한
필력을 과시하고 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