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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기업인] '노무담당' .. 노사관계 조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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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봄날은 없어요"

    임금 및 단체협상 시즌마다 머리가 한 움큼씩은 빠진다는 L사 노무담당
    김부장.

    지난 6월 임금협상이 2주일만에 5차례 교섭으로 끝났을 때 그가 내뱉은
    말이다.

    노조와의 공식 협상은 보름이 채 안걸렸지만 공들인 날은 3월부터 무려
    1백여일.

    "만물이 생동하는 꽃피는 춘삼월"도 그에겐 협상 채비를 위한 바쁜 날들의
    신호탄이라는 뜻이다.

    노무담당-.

    찌푸린 얼굴과 깊은 한숨이 연상되는 고달픈 회사원의 상징이다.

    노무담당은 경영진과 근로자 사이의 중계자 역할을 한다.

    노사 양측을 오가며 이견을 조정하고 1년마다 되풀이되는 임금협상과
    2년에 한번 돌아오는 단체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는게 이들의 주업무다.

    요즘처럼 노동법개정안을 둘러싼 노사간의 대립이 첨예할 때는 늘 협상의
    현장에서 조정과 타협을 이끌어내는데 동분서주하느라 쓸데없이(?) 바쁜
    사람이기도 하다.

    쓸데없다고 했지만 그들이 이런 직무를 위해 쏟아야 하는 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시로 자사 노조와 지역 노동계의 동향을 보고하고 매달 열리는
    노사협의회도 주관해야 한다.

    노동조합 간부의 경조사 관리도 그들 몫이다.

    전국에 지사가 많은 회사의 경우 노조위원장의 분기별 지부순회를
    "수행"해야 한다.

    어디 그 뿐인가.

    1년에 한번 열리는 각 지부장 선거, 2년마다 돌아오는 위원장 선거철엔
    더 바빠진다.

    후보자들의 동향과 전략을 분석하고 유력한 후보를 사전에 골라내 "위"에
    보고해야한다.

    한마디로 분규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어떤것이든지 노무담당의
    몫이다.

    그러다보니 사내에선 노무담당이 대표적인 3D보직으로 통한다.

    담당자들은 이런 실정을 빗대 스스로를 "CH클럽회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춥고(cold) 배고픈(hungry) 보직이라는 얘기다.

    노무담당이 "끗발"이 있었던 시기도 있었다.

    경총 김영배정책본부장은 과거 노무담당의 역할을 "경찰관"에 자주
    비유한다.

    근로기준법이 사내에서 제대로 지켜지는 가를 감시하는 일이 주업무였기
    때문이다.

    출퇴근에서부터 가정관리까지 근로자들의 "어른"으로서 행세하는 일이
    더 많았다.

    노무담당이 "CH클럽" 멤버가 된 건 정확히 87년 6.29선언 이후.

    노조활동이 활발해지고 노사분규가 터지면서부터인 셈이다.

    노사 대립 구조가 형성되면서 노무담당들의 고생이 시작됐다.

    특히 노무담당 사원의 경우는 반노조원이 돼야한다.

    회사일과 함께 노조일을 해야 하니 일은 2배로 늘어난다.

    그렇다고 "돈되는" 영업부서도 아닌데 예산지원이 많을 리 없다.

    자연히 몸으로 때울 수 밖에.

    지방에 사업장이 흩어져 있는 경우는 1년에 몇달 가족과 "별거"하는 건
    기본이다.

    그래도 몸으로 때워 끝날 수만 있다면 별 걱정은 없을 것이다.

    모든 분규의 1차적인 책임도 노무담당의 몫이 된다.

    "그 때 강하게 밀어붙였어야 했다" "왜 수용못할 요구를 받아와 일을
    어렵게 했냐"는 질책이 쏟아진다.

    노무담당들이 "분규 노이로제"에 걸리는 건 이 때문이다.

    분규보다 더 노무담당들을 괴롭히는 건 사내의 비뚤어진 시각이다.

    이 직무를 도대체 중요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적다는 점이다.

    오히려 노와 사 양측 모두로부터 "적군"으로 취급당하는 일이 더
    많다.

    거평그룹 기조실 이용수상무는 이를 "임금의 하방경직성과 생산성의
    상향정체성 탓"으로 분석한다.

    "임금은 회사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낮추기가 곤란한 속성을 지녔고
    생산성은 웬만한 노력으로는 쉽게 오르지 않는 본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구조에선 임금을 올리는게 목표인 노조와 생산성제고를 더
    중시하는 사용자들의 욕구를 어느쪽도 제대로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또 전문성이 전혀 필요없는 일로 매도당할 때도 많다.

    "그저 부지런하기만 하면 될 뿐 아무나 해도 되는 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노무는 사람을 대하는 업무의 특성상 회계나 세무업무같은 원칙이나
    공식이 없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바쁘지만 남은 건 잘해야 본전이라는 체념 뿐"(H사 C부장)이다.

    그렇다고 노무부서가 고달픈 자리만은 아니다.

    어려운 협상일 수록, 노사관계 악화정도가 심할수록 해결될 때는
    큰 보람이 되돌아온다.

    노사양측으로부터의 격려도 있게 마련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노무부서와 담당자들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업무영역도 단순 노무관리에서 벗어나 인력관리 인재개발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각 회사가 노무부 인사부 등의 명칭을 인력개발팀 인재개발부 노사혁신팀
    노사협력부 등으로 바꾸고 있는 것은 이런 환경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조직이 강화되고 인원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노무담당의 일이 줄어든 건 전혀 아니다.

    오히려 할 일은 더 많아졌다.

    사후수습보다는 사전예방이 강조되면서 노조에 대한 교육 연수등
    평소관리도 더욱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내년에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방향으로 노동법이 바뀌면 이들의
    업무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노무담당에게 이젠 "봄날"뿐만 아니라 "계절"이 없는 삶이 시작될 지도
    모를 일이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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