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감독원은 보험회사와 보험가입자중 누구편에 서야 할까.

두 말할 것도 없이 보험가입자다.

그래서 보험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선 주보험감독청장을 주지사처럼 주민
직선으로 뽑는다.

선거기표용지에는 주지사에 이어 두번째 칸에 기재돼 있다.

경찰청장보다 서열이 높다.

"보험감독청장=차기 주지사후보"란 등식이 있을 정도다.

최대 유권자층인 보험가입자를 위해 일을 잘한 인물이라면 주정부 살림을
맡겨도 된다는 인식에서다.

우리에겐 언감생심이다.

더욱이 보감원에서 엊그제 일어난 일을 보면 우리 보험감독원의 위상이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보감원 모 부서는 중도퇴직한 생활설계사에게 주지 않은 보험모집수당
5백80억원의 생보사별 내용을 당초 20일까지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가
번복했다.

"개별 보험사로부터 아직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게 담당자의 궁색한 변명.

그러나 보감원 일부직원의 의식속엔 "보험사가 피해를 입을 내용을 기사로
쓰면 우리만 피곤하다"는 생각이 뿌리깊이 박혀있음을 부정할수 없다.

보감원은 신임 이정보원장이 취임 1백일을 넘기면서 "위상 바로세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사로부터 욕을 먹더라도 제대로 된 보험감독원을 만들자. 보감원은
보험연합회가 아니다. 보험가입자편에서 일하자"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벌써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금까지 잘 해왔는데 난데없이 왠 개혁이냐"는 볼멘 소리다.

보험사와 감독원이 유착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음은 상당수 보감원 퇴직자들이 보험사에 둥지를 틀고 있는데서도
잘 알수 있다.

보험소비자보다는 보험업계쪽으로 기울어진 보감원의 위상을 이원장이
어떻게 바로세울지 지켜볼 일이다.

정구학 < 경제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