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면서도 좋은 품질의 제품을 완벽한 서비스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한다"

누구나 알수있는 경영의 요체이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제살깎아먹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요즘 화장품업계가 이 모양이다.

"외국 다단계판매회사가 수입원가의 최고 10배까지 폭리를 취한다. 매출액
의 7.5%까지 로열티를 지급한다. 방판조직을 만들기 위해 5억원짜리
스카우트도 마다 않는다"

국내외 업체들간 진흙탕속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경영의 정도를 걷겠다고 고집부리고 있는 CEO가 있다.

일본폴라와의 합작법인인 한국폴라의 이청승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올 매출이 2백50억원(추정치)에 불과한 한국폴라의 이사장이 오기를
부릴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폴라는 로열티를 한푼도 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인천공장에서 일본폴라의 고급제품을 생산한다.

합작계약서를 한글로 작성했을 정도다.

"합작같지 않은 합작" 기업인 셈이다.

한국폴라는 일반가정집에까지 판매가게를 낸다.

거기서 동네사람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다.

고전적인 방판기법으로 유통마진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전체브랜드의 30%이상을 리필제품으로 개발, 정상제품에 비해 30%정도
싸게 공급하고 있다.

그는 요즘 경영스타일을 공격적으로 바꾸고 있다.

국내시장이 수입품에 의해 짓밟히는 것을 더이상 내버려둘수 없기 때문이다.

변신을 위한 첫 작품이 TV광고이다.

가수 인순이를 내세워 11월부터 이미지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TV를 타기는 86년 창업이래 처음이다.

중소업체들과 함께 공동브랜드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고품질 적정가격의 샴푸와 비누를 공동개발, 대기업과 외국회사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미술과 끈질긴 인연을 맺고 있다.

홍익대 미대를 나온 덕에 출판사업에 손을 댔다.

날염에 동물무늬를 처음으로 디자인해 대히트를 쳤다.

일본왕실에까지 기모노를 수출하기도 했다.

이사장은 요즘도 즐겨 그림을 그린다.

술을 마시고 들어가서도 1~2시간씩 붓을 잡는다.

미술을 염두에 두고 만든 "깨끗하지 않으면 아름답지 않고 자연스럽지
않으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시를 실천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 김경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