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통화운용방향" 확정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은 지난주부터 실무자접촉을 갖고 내년 통화운용방향
에 대한 협의에 들어갔으나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내년 경제운용에 대한 밑그림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탓이다.

경제성장률이나 소비자물가상승률등 거시경제에 대한 목표범위가 확정돼야
만 돈을 얼마나 공급할지 결정할수 있는데 정부가 아직 확실한 방향을 설정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경원과 한은간에 내재하고 있는 입장차이가 통화운용방향을 확정
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중심통화지표 변경문제 =중심통화지표를 M2(총통화)에서 내년부터 당장
MCT(M2 + 양도성예금증서 + 금전신탁)로 바꾸자는 한은의 주장과 올해처럼
M2를 중심통화지표로 사용하되 MCT를 보조지표로 활용하자는 재경원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은은 올해 실시된 <>신탁제도개편 <>투금사의 종금사전환 <>콜시장개편등
의 영향이 내년에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내년엔 금융시장
개편까지 맞물리는 만큼 금융시장 움직임을 포괄할수 있는 MCT를 중심통화
지표로 채택하는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특히 금융환경이 바뀌면 다시 중심통화지표를 변경해도 된다는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재경원은 금융시장여건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중심통화지표변경을 공식화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올해처럼 통화관리목표를 M2로 설정하되 MCT를 보조지표로 병행사용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논리에서다.

<> 통화증가율 목표문제 =그동안 연간 M2 증가율목표는 <>94년 14~17%
<>95년 12~16% <>96년 11.5~15.5%등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한은은 내년에도 중심통화지표가 MCT가 되든, M2가 되든지간에 가능하면
증가율목표를 낮추자는 입장이다.

한은은 특히 <>잠재성장률(6%대) <>소비자물가상승률(4%대) <>통화유통속도
하락률(2% 안팎)등을 감안하면 통화증가율목표를 올해보다 높게 설정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또 내년 성장률을 5%대로 낮추는 한이 있더라도 물가상승률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의 연장선에서 "올해보다 낮은 수준의 통화증가율설정"을 주장
하고 있다.

재경원에서는 이에대해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를 의식해야만 하는 정부의 속성상 통화공급을 줄일수는
없는 입장이어서 한은과 대립을 보일게 분명하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