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용 <현대상선 사장>

물류애로가 우리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으로 등장한지
오래다.

매출액 대비 17%를 물류비로 지출하는 우리기업이 11%,7% 정도의
일본, 미국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현실은 물류애로 개선이 곧 기업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의 핵심과제임을 반증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 5월 "바다의 날"을 제정하면서 우리나라를 21세기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로 발전시킨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정학적으로 동북아 중심권에 위치하고 있고,세계경제 중심이 태평양으로
옮겨가는 추세로 볼때 물류 중심국으로의 발전여건은 충분하다.

물류를 구성하는 여러 단위 가운데 항만의 경쟁력은 물류 경쟁력의 중심을
이룬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항만 전체의 시설확보율은 68%에
불과하며 특히 컨테이너 항만의 시설 확보율은 49% 정도다.

대표적인 항만인 부산항은 컨테이너 처리량으로는 세계 5위지만
선석수는 9개로 인근 고베항의 28개,싱가포르항의 29개에 비해 턱없이
적다.

부족한 시설로 많은 물량을 처리하다 보니 체선율이 8.8%로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에따라 수송 서비스의 생명인 정시성이 크게 떨어져 부산항 기항을
포기하는 외국선사가 늘고 있다.

해운산업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95년 우리나라 항만에서 취급한
컨테이너 물동량이 5백만TEU이고 2001년 1천만TEU수준으로 증가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불과 5년사이 두배 가까운 물동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물동량 증가를 충족시키기 위한 항만개발이
부산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추진중인 것이 광양항 개발이다.

정부재정과 민자를 합해 내년 1차로 4개 선석 개장을 앞두고 있는
광양항은 부산항과는 경쟁적 보완관계의 역할을 하며 앞으로 활용여부에
따라 물류 중심국을 앞당기는데 기여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업항이 임해 공업지역의 특정 화주만이 이용하는 것과 달리
부산항이나 광양항처럼 상항으로 개발되는 항만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기
때문에 화주들 입장에서는 다수의 선사들이 기항하여 세계 어디든지 항로가
연결될 수 있어야 유리하다.

또한 항만배후의 물류기지나 내륙운송 체계 등의 상업적인 인프라가
충분하게 발달돼 있어야 하며 항만에서 내륙 각지로 연결되는 도로
철도 연안 해상수송망을 갖추는 것이 상항으로 발전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
이 된다.

그런점에서 광양항은 개발당시 부터 부산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항으로
발달할 수 있는 조건이 다소 취약해 개발이 되더라도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정부는 광양항을 2001년까지 12선석을 갖추고 연간 2백40만TEU를 처리하는
대규모 컨테이너 전용항만으로 개발한다는 당초 계획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데 우선 배후도로나 물류기지 등의 인프라를 완벽히 구축하도록 해야만
할것이다.

특히 내륙수송에 있어서 경인지역까지 도로건설이 터미널 개장이전에
완공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때에 해양수산부가 광양항의 조기 활성화를 추진키로 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만한 일이다.

특히 앞으로 광양항의 유용성에 대한 적극적인 항만홍보(Port Sales)를
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대단히 획기적인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의 주요항만 가운데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ECT터미널이나, 영국의
펠릭스토, 미국의 롱비치 터미널 등은 항만의 개발단계부터 개발계획을
전세계를 순회하며 정기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성적인 항만서비스 공급부족이라는 현실때문에
항만세일즈 자체가 불필요했고 항만이용자는 항상 입지가 약해져왔으며
그것은 다른 의미로 항만서비스의 질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원인으로
간주되어 왔다.

광양항의 개발과 조기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우리나라 항만정책
변화에 하나의 전기가 될 것이다.

오늘날의 항만은 잘 만들고 포장하는 것 뿐만 아니라 널리 알려야만
수요가 늘고,경쟁력이 높아지는 하나의 서비스 상품으로 간주되고
있다.

우리와 함께 동북아 물류 중심국을 다투는 일본의 고베 오사카
홍콩 싱가포르 대만 카오슝 등도 이미 장기적인 항만확장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민간기업에 항만개발을 맡기고, 장기간 운영권을 주는
방식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가 광양항을 비롯하여 가덕도 등 7개항의 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우리도 세계 주요항만들과 본격적인 항만 경쟁대열에 들어섰다.

주지하듯이 21세기는 해양시대가 될 것이다.

새로운 해양시대의 항만은 단순한 하역기능뿐 아니라 국제종합
물류기지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각적인 항만 개발계획이 단순히 시설만
확충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항만의 기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활성화 노력은 향후 우리나라 항만 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