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서 색상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예요.

같은 모양의 차라도 컬러에 따라 판매량이 큰 차이를 보이거든요.

차의 개념이 운송수단으로서보다는 운전자의 개성을 살리는 쪽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는 반증이죠"

자동차에 색상을 입히는 사람.

황정순씨(28).

대우자동차 디자인포럼에서 일하는 그의 직업은 "카 인테리어 컬러
디자이너".

대우가 내놓는 신차의 인테리어 색상은 모두 작품이다.

"자동차 컬러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공부하는 모든 이들의 꿈이예요.

자동차만큼 화려한게 없으니까요.

그러나 작업과정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죠.

소비자들은 색상의 조그만 변화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하나의 컬러를
결정하는 데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합니다"

특히 신차가 나오기 전 칼라 디자인 작업을 마무리할때는 밤을 꼬박
새워 일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황씨는 매년 열리는 세계적인 모터쇼를 빠지지 않고 참관한다.

올해는 제네바모터쇼와 파리모터쇼를 다녀왔다.

자동차 컬러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런만큼 컬러를 보는 그의 눈은 세계화돼있다.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차 색상에도 보수적이지요.

화이트나 블랙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최근들어 많이 바뀌고 있어요.

색상 수만해도 몇년전의 3~4가지에서 지금은 많게는 9가지까지
늘어났으니까요"

직업때문인지 평소 길을 가다가도 독특한 색깔만 눈에 띄면 다가가
한참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는 황씨는 개인적으론 "그린"을 무척
좋아한다.

그는 미래에 유행하는 차 색상에 대해 "골드계통의 컬러가 크게
유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화여대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한 황씨는 졸업후 스포츠용품업체에서
잠깐 디자이너로 일하다 지난 92년 지금의 직업으로 바꿨다.

평소 갖고 있던 자동차 컬러 디자이너의 꿈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컬러뿐만 아니라 보디 컬러등 다른 분야도 공부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자동차 관련 "토털 컬러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라는 황씨는
"자동차 컬러 디자인 분야에서 "최고"가 될때까지 앞만보고 달리겠다"고
말했다.

<정종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