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삼성자동차는 최근 전기자동차를 개발해 40대를 삼성전자의 애프터서비스용
차량으로 납품키로 했다.

이제 꿈으로만 여겨지던 전기자동차가 실제 거리를 달리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과연 전기차 개발은 어디까지 와 있고 본격적인 실용화는 언제쯤일까.

전기차의 성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재충전 없이 얼마나 오래 달릴수
있는가 하는 점.

전기차의 개발 컨셉트가 근거리 이동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최고속도나
가속시간 등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재 개발된 전기차들도 대개 최고시속은 130km를 넘기고 있고 시속 100km를
내는데 걸리는 시간이 20초이내여서 일반도로를 달리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1회 충전으로 어느 정도의 거리를 가느냐는 것은 배터리에 달려 있다.

현재 대부분 업체들은 전기차의 동력원으로 납축전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삼성자동차의 SEV-IV, 기아자동차의 KEV-V, 대우자동차의
DEV4 등이 그렇다.

납축전지의 장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배터리인 만큼 추가적인 개발노력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다.

게다가 가격이 차세대 배터리에 비해 월등히 싸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납축전지를 사용하는 전기차는 아직까지 1회 충전으로 2백km를
넘기가 힘들다.

그것도 조심스런 운전의 경우다.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를 여러개 탑재할수 밖에 없는데
무거워져 에너지 효율이 형편없어 진다.

삼성의 SEV-IV는 배터리(28개) 무게가 560kg이나 돼 프레임과 차체를
알루미늄이나 유리강화섬유(FRP)를 사용했는데도 차체 무게가 1,600kg이나
나간다.

기아 KEV-V와 대우 DEV4도 각각 납축전지 26개와 22개를 싣고 있다.

외부기온이 낮아지면 성능이 저하되는 단점도 있다.

납축전지를 대체할 배터리로는 니켈메탈수소전지 니켈크롬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가 있다.

니켈크롬전지를 사용한 전기차는 내년 일본 닛산자동차에 의해 처음으로
상용화되지만 국내에는 아직 개발업체가 없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미국의 오보닉배터리와 니켈메탈수소전지를 개발
했다.

이 전지를 탑재한 엑센트는 1회 충전으로 무려 390km나 달린다.

최고시속도 140km,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드는 시간은 15초다.

가솔린엔진 차량의 성능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전지는 이제 막 개발된 것이어서 성능이 완전히 검증되질 않았다.

게다가 가격은 아직 따질 게재가 아니다.

전기자동차의 남은 과제는 납축전지 차량의 경우 성능제고, 차세대전지의
경우 가격인 셈이다.

그러나 전기차의 실용화에는 무엇보다 정부와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게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외국 특히 스위스의 경우 일정지역은 전기차 아니면 마차만 다니도록 해놓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세제혜택을 준다.

전기차가 비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전기차 운행에 필수적인 충전소도 곳곳에 마련해 놓고 있다.

충전을 위한 심야전기료로 크게 내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성능이 가솔린차량에 못미치는 전기차를 기꺼이 탈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전기차는 도심 공해 해결의 한가지 대안이기 때문이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