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은 24일 국회에서 정치권 최대현안인 안기부법 개정문제에
관한 공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은 안기부법 개정에 반대하는 야당측
입장을 일목요연하게 집약 발표하는 한편 안기부 개정시도를 "제2의 유신
선언"으로 규정하면서 정부측을 맹공했다.

천의원은 우선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 수사가 간첩을 잡기 위해 필요한 수단
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진짜 간첩이나 공작원은 북한을 찬양고무하고 다니지 않고 불고지죄는 간첩
을 잡은 뒤에 밝혀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천의원은 안기부가 찬양고무죄에 대한 수사권을 갖고 있던 시절에 암약했던
고정간첩 깐수를 잡지 못했으며 동해안 잠수함 침투 역시 군의 문제일뿐
안기부 수사권과는 관련이 없었다는 점을 실례로 들기도 했다.

천의원은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에 대한 수사를 경찰이나 검찰도 능히 할수
있다는 반대이유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번 토론회에서 야당측은 안기부의 수사권 확대를 단순한 권한이나 기능
확대라는 측면보다는 정치적 파급효과를 중시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천의원은 안기부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다툼과정에서 정부여당이 야당을
"간첩잡는 것을 반대하는 정당"으로 용공음해를 하고 있고 국민회의와 자민련
간의 공조를 교란시켜 공동집권론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의원은 또 "정부여당이 내년 대선에서 "공작정치"와 색깔론을 강화, 집권
을 영구화하려는 음모를 안기부법 개정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며 안기부법
개정시도를 "제2의 유신 선언"으로 규정했다.

이런 반대논리와 정치적 해석에는 다른 사회.종교단체 참석자들도 대체로
동감하는 듯 했다.

결국 안기부법 개정안은 색깔론으로 늘 당해왔다는 국민회의측 피해의식과
강원지역 집단탈당사태 등으로 고조된 자민련측의 "파괴공작" 경계령이
풀리지 않는 한 국회에서 여야합의하에 처리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관측된다.

<허귀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