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전시하는 내용에 따라서 종합박물관과 전문박물관으로
나누어진다.

종합박물관은 말 그대로 여러가지 종류의 전시품을 함께 모아 놓은
것이고 전문박물관은 고고학 역사 미술사 인류학에서 민속학 자연사
산업 체신 교통 의약에 이르는 한 분야의 전시품을 모아놓은 것이다.

한국 박물관의 역사는 고대적 형태의 전문박물관에서 시작된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제3 장기왕조에는 왕7년 (서기 391년) 정월에
궁실을 궁수하여 못을 파고 동상을 감추어 기이한 날짐승과 풀을 길렀다는
첫 기록이 나오고 그 뒤의 동성왕조에는 왕22년 (500)에 임어각을 궁궐
동쪽에 일으켜 못을 파고 기이한 날짐승을 길렀다고 기록되어 있다.

"삼국유사"에도 통일신라때 만파소적을 월성안의 천존고에 보관했고
안암리에 가산을 만들어 진기한 동식물을 길렀다는 기록이 남겨져 있다.

"고려사"에도 궁궐 정원에 날짐승과 들짐승을 길렀다던가 애완물과
서화를 진열했다는 대목들이 있다.

이것들은 일종의 식물원 또는 동물원, 보물관에 해당되는 것으로서
고대적 형태의 전문박물관이었다고 볼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전통이 조선시대에도 이어져 1908년에는 근대적 의미의
종합박물관인 이왕가박물관을 탄생시켰다.

그뒤 일제기를 거쳐 건국을 한 50여년동안에 많은 국.공.사립의
종합박물관을 비롯 갖가지 전문박물관이 전국 곳곳에 세워지게 되었다.

특히 전문박물관의 경우에는 근년들어 그 종류에서 어느나라 못지 않은
다양성을 갖게 되었다.

민속 향토사료 고인쇄 출판 잡지 불교 디자인 의상 자수 도자기 옹기
유물보다는 농업 배 산립 철도 체신 야정 외교 교육 과학 자연사 김치
가구 스키 등대 등 아주 세분화된 전문박물관들이다.

오는 28일에는 공주민속극박물관이 문을 열게 되어 전문박물관사에 또
하나의 기록을 추가하게 되었다.

민속학자인 지우성씨가 수집 소장해온 민속인형극 인형을 비롯 민속악기와
민속연극탈 등 1천여점을 선보이게 된데다 박물관의 부지와 건물 마련에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론에 지씨의 사재가 쾌척된 것이란다.

민속 연구에 일생을 바친 사람의 결정체가 민족문화유산으로 또하나
남겨지게 된 것이라 하겠다.

조상의 얼이 담기고 입김이 서리고 손때가 묻은 이 유물들에서 마음의
고행을 참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후세의 예지가 피어날 것임을
믿어마지 않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