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신한국당의 이번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규제완화로 국토의
허파역할을 해온 그린벨트의 무더기 훼손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이번 완화조치가 "그린벨트내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한다"는 원칙에
따라 취해짐으로써 그린벨트 추가잠식의 신호탄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선례로 인해 현지 주민들이 또다른 불편을 호소하며 민원을 일으킬
경우 이를 막을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철저하게 금지됐던 그린벨트내 부동산의 분할등기가
허용되고 주택의 증개축이 한결 쉬워져 부동산투기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이같은 걱정스런 전망은 그린벨트제도가 지난 25년동안 45회에 걸쳐 크고
작은 손질이 있었으나 이번 개정은 사실상 그린벨트 해제에 버금가는
내용인데 따른 것이다.

우선 주민생활의 불편을 없애기위해 허용하기로한 생활편익시설에는
테니스장 베드민턴장 등 생활체육시설을 비롯해 병원 등 의료시설, 도서관
극장 등 문화시설, 은행 등 금융시설, 수퍼마켓, 마을공동주차장 등 일반
도시지역의 시설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문제는 그린벨트 전반에 대한 체계적 계획없이 이같은 편익시설을 허용할
경우 준농림지보다 더한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생활여건이 71년 그린벨트 지정 당시의 수준에 머물고 있어 이같은 시설
건립이 허용될때 우후죽순식 개발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건설교통부조차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부분으로 당정협의에서
마지막까지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다음으로 개발제한구역 지정당시부터 살고 있는 주택소유자가 자녀를
분가시킬때 1회에 한해 분가용주택의 증축과 자녀분가용 주택의 분할등기를
허용하는 조치도 사실상 그린벨트내의 공동주택 건립을 인정하는 꼴이다.

건교부는 여기에 토지의 분할등기까지 검토하고 있다.

자녀의 분가를 조건으로 달고 있지만 자녀들의 실거주여부를 일일이
확인한다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주변에 편익시설까지 들어설 경우 분양용 다세대주택으로 변해
부동산투기와 땅값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1백가구의 이하의 취락지역에서 기존주택을 증개축할때 현재 건교부가
갖고있는 사업승인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주기로 한 부분도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를 불러올 공산이 큰 대목이다.

주민들이 그린벨트 개발을 요구해올 경우 임기가 정해진 민선시장이나
도지사가 체계적인 개발계획아래 통제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차기선거때 그린벨트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울 개연성마저 커졌다.

전국 20가구 이상이 있는 그린벨트내 취락지구 2천5백89개 지역에서
내년부터 주먹구구식 개발이 우려되는 것은 그래서이다.

결국 이번 완화조치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장과 환경보호라는 그린벨트
명분이 내년말 대선을 앞둔 정치논리에 밀려 생겨난 하나의 부산물이라는
비난을 면키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그린벨트 얘기가 나올때마다 부동산투기를 경험하고도 정권이
바뀔때나 선거가 있을때마다 그린벨트 완화를 거론해왔으며 이번도 예외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국토보존이라는 기존 전제가 지켜지는 가운데 전체적인 그린벨트
내의 이용 기준 및 범위를 정해 주민불편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한편 그린벨트 면적은 전국토의 5.4%인 5천3백97평방km로 전체 인구의
2.1%인 96만5천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사유지가 81.6%이다.

< 김철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