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달러화 "사재기"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따라 시중달러화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으며 이는 다시 원화가치하락
으로 이어져 달러화매입을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25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의 급등세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확산되면서 종합상사등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는가
하면 수입에 필요한 달러화를 미리 확보하는 방법으로 달러화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달러화사재기는 주로 달러화거래가 많은 대기업과 종합상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달들어 기업들이 사재기한 달러화는 적어도 1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해외유학생이나 해외출장이 잦은 개인들마저 달러화를 계속 가지고
있어 달러품귀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달러화로 예금한후 달러화로 찾을수 있는 은행외화예금
잔액은 지난해말 8억4천7백80만달러(6천5백68억원)에서 지난 20일에는
16억10만달러(1조3천5백억원)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외화예금은 원화환율이 급등한 지난 10월부터 급증, 10월부터 지난 20일
까지 5억5천만달러(4천6백40억원)가량 증가했다.

외화예금계좌수도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달말 현재 3만1천9백79계좌로 작년
11월말(2만2천5백48계좌)보다 41.8%나 증가했다.

또 기업들이 수입결제수요에 대비, 은행에 적립해두는 외화보증금도 크게
늘어 한일은행의 경우 지난 20일현재 2천9백만달러로 11월말(1천7백만달러)
에 비해 70.5%나 증가했다.

이처럼 달러화사재기바람이 확산됨에 따라 중앙은행이 이달들어서만 10억
달러이상을 방출하고 기업들의 연말 밀어내기수출로 상당한 양의 달러화가
공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품귀현상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한 종합상사관계자는 "가파른 환율상승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내년 환율
전망마저 불안한 상황에서 섣불리 달러화를 내다 팔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