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TV 사극 "임꺽정" 촬영장에 가면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분주히
돌아다니는 한 남자가 눈에 띈다.

무술감독 정두홍(29).

혼자서 골똘히 생각하다가 한구석에서 잰 동작을 취하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방금 떠올린 무술연기를 지도한다.

"사극의 무술지도가 현대물보다 두배나 힘들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특히 "임꺽정"은 활 검 창등 전통무술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투박하면서도 힘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몸동작을 연구하느라 고심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무술은 몸동선이 한정돼 있어 홍콩무술영화같은 화려한
액션은 기대할 수 없지만 우리 것을 보여주자는 김한영PD의 연출방향에
절대적으로 공감했다고.

인천체육전문대에서 태권도를 전공한 정두홍은 졸업후 액션배우
(스턴트맨)로 나섰다.

영화 "장군의 아들" "시라소니" "게임의 법칙" "테러리스트"
"런어웨이"에 출연, 최민수 박중훈 이병헌 이일재 등의 대역을 맡았다.

드라마 "머나먼 쏭바강" "화려한 휴가" 등에서는 고난도의 액션을
연출하며 무술감독으로 인정받기까지 죽을 뻔한 고비를 수차례 넘겼다.

"몸에난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액션배우를 전문직업인으로 인정해
주지 않을 때 좌절감을 느낍니다.

앞으로는 후배양성및 기술 개발에 힘쓰겠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