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3년을 맞은 한국화재보험협회의 위상이 흔들거리고 있다.

이창규 신임이사장(61.전 한국은행 감사)은 지난 24일 취임사에서 주인의식
을 갖고 솔선수범하자"고 강조했지만 협회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 착 가라
앉아 있다.

우선 내년부터 국공유건물의 화재보험가입이 화보협회를 통한 공동인수방식
에서 11개 손해보험사의 경쟁인수로 바뀐다.

협회수입에는 절대적인 마이너스다.

여기에 재정경제원과 내무부등 두 부처를 "상전"으로 모시면서 어정쩡한
역할을 하고 있는 협회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문도 쏟아지고 있다.

이래저래 난처한 입장이다.

화보협회는 지난 72년 대연각호텔 서울시민회관 등의 대형화재가 일어나자
정부가 4층이상 건물의 화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발족됐다.

이후 화보협회는 이들 물건을 독점인수해 11개 손해보험사에 분배하면서
수입보험료의 20%를 협회비로 떼는 등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수익사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난 91년 6월 헌법재판소에서 4층이상 건물의 화재가입 의무조항이
위헌으로 판결났다.

협회는 이후 보험가입대상 범위를 6층이상으로 완화하는 등 자구책을 써
왔으나 이제 국공유건물에 대한 독점권도 해체되기에 이른 것이다.

화보협회는 지난 86년 설립한 산하 방재시험연구소의 기능.역할을 확대하는
등 업무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작년 협회수입중 방제대행수입이 협회비 39억원의 2배나 되는 78억원이었을
정도.

지난 77년 당시 동양최고의 방재시설을 갖춘 서울 여의도 15층 사옥을 준공
하는 등 대한재보험과 함께 보험업계 "최고직장"으로 부러움을 샀던 화보협회
였다.

이 이사장을 중심으로 경쟁시대의 파고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을 끌고
있다.

< 정구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