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경영의 최대 걸림돌은 경기침체에 따른 막대한 주식평가손과 부실
채권이었다.

금융계에 대한 끊임없는 내사설과 함께 일부 시중은행장의 구속도 경영환경
을 악화시킨 요인이다.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조치와 함께 해외주식예탁증서(DR)의 발행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결산뿐만 아니라 자기자본비율을 조정하는데 있어서 부산을
떨어야 했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비과세 가계장기저축및 신탁상품의 등장은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일으켰다.

<>주식평가손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등 대형 시중은행들의 올 주식평가손은 은행당
5천억~6천5백억원으로 25개 일반은행의 전체 주식평가손은 5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물론 올들어 종합주가지수가 지난해에 비해 24%가량 떨어진 외부적 요인이
작용한 것이지만 주식에 과도한 투자를 실행한 경영책임도 크다.

만약 연말결산때 주식평가손의 30%이상을 유가증권 평가충당금으로 적립토록
한 은행감독원의 조치가 없었더라면 대다수의 은행이 적자를 면키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 경기 충청 제주은행 등은 여전히 적자결산이 불가피한 상황
이다.

<>부실채권및 금융계 사정

=경기침체의 가속화로 상당수의 중견기업들이 부도로 쓰러졌다.

그 여파는 은행경영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상장기업만 건영 우성건설 삼익악기 동신등이 부도를 냈다.

이들 기업의 주거래은행이었던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은 최악의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은행들도 크고 작은 부실채권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다.

잇따른 금융계 사정도 이어졌다.

지난 4월말 이철수 제일은행장이 대출커미션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지난달엔 손홍균 서울은행장이 영어의 몸이 됐다.

거기다 은감원의 실명제 위반 특검 등 "금융 사정한파"가 연중으로 닥쳐
은행들의 입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경영수지및 자기자본비율

="경쟁력 10% 높이기운동"의 일환으로 일제히 금리를 내렸지만 각 은행들의
속내는 즐겁지 않다.

실세금리가 내려가지 않은 상황에서 예대금리의 축소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폭발적 인기를 모았던 비과세 가계신탁의 배당률이 15%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장기신용은행 보람은행 등이 해외DR 발행에 실패한데 이어 급기야 정부측이
추가발행을 연기한 대목도 마찬가지다.

해외DR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싶었던 은행들은 국내 주식시장
의 끝없는 추락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은행들은 뒤늦게 "연체대출을 축소한다" "유휴부동산을 매각한다" 등의
결사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전망은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