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내리막 길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던 영국과
미국경제가 90년대 들어 되살아나고 있다.

70년대 이래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영국경제는 93년부터
성장속도가 연평균 3%내외로 빨라지면서 EU국가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과
가장 낮은 실업률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경제도 91년3월에 시작된 경기확장세가 68개월간이나 계속되면서
60년대 저물가하의 장기호황에 비견될수 있는 활황을 누리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그동안 세계경제의 맹주자리를 넘볼 정도로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해 온 독일과 일본경제는 90년대 들어 장기간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다른 선진국들 경제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의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과 미국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90년대 들어 대외여건면에서 영국및 미국에만 차별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
요인이 없기 때문에 그 원인은 양국의 국내요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때 양국경제가 되살아난 것은 이들 국가가 심각한 위기의식과
철저한 자기반성의 바탕위에서 미래에 대비해 추진해온 제도개혁및
구조조정노력의 결실이라고 할수 있다.

영국의 경우 과도한 사회복지 제도,각계각층의 집단이기주의,끊임없는
노사분규 등 이른바 영국병을 치유하기 위하여 다른 나라보다 앞서
제도 개혁을 추진했다.

먼저 79년 집권한 보수당 정부는 방만한 경영 및 만성적인 적자
등으로 영국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던 국영기업을 과감히 민영화하는
한편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높이기 위하여 노동관련 제도의 개편을
단행했다.

이어 86년에는 획기적인 금융산업규제의 완화조치를 단행했다.

이러한 조치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의 전부문에 걸쳐 시장원리의
중요성을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부문에서는 비대한 관료조직을 줄이기 위하여 기업의 지사 개념을
정부조직에 도입하는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였으며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의 최소기준과 사후평가
및 보상제도 등을 정한 "시민헌장"(Citizen"s Charter)을 선포하였다.

또한 낙후된 제조업을 살리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하여 외국인투자에
대해서는 금융.세제면에서의 우대와 함께 저가의 공장부지를 제공하는등
조직적인 유치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영국은 유럽 제일의 "외국기업
천국"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경우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2류경제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제도개혁과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우선 미국정부는 80년대 들어 전기 항공 도로수송등 전산업분야에
걸쳐 경쟁제한적인 각종 규제를 철폐하였으며 컴퓨터 통신등 첨단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선정하여 금융.세제면의 지원책을 강화하는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이와 함께 물가안정속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위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이 현재화되기 전에 긴축정책을 실시하는 등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용하였다.

또한 정부 스스로도 "보다 적은 비용으로 보다 좋은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하여 고객우선주의 채택,기업경영방식 도입등 행정 전반에 걸쳐 개혁을
단행하였다.

한편 기업과 금융기관은 생존을 위해 감량경영, 인수.합병및 사업분할도
마다하지 않는 뼈를 깎는 구조개편 작업을 단행하였다.

이러한 구조조정 노력은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높이고 기업체질을
강화함으로써 미국 산업의 대외경쟁력을 되찾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영국과 미국의 이러한 경험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고 하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고 하겠다.

첫째 경제운용에 있어서 시장경제원리가 중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제도 전반에 걸쳐 시장경제원리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경쟁제한적인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여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민간의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자.

지시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공정한 룰을 제정하고 그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감시자로 변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정부 스스로도 성과를 중시하는 경영방식의 도입, 정부사업의
민간 이양등을 통해 공공부문의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위주의 행정 등으로
공공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둘째 경제정책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시계에 맞추어 입안.시행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당국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나라 경제에 꼭 필요한 규제의 철폐,
제도개편 및 구조조정정책등은 과감히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래의 산업구조및 유망산업등에 관한 "비전"을 민간부문에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기초기술의 개발등으로 창의적인 기업활동에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이같은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기업 스스로의 변신 노력없이는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는 점이다.

나라경제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는 기업의 체질개선과 구조개편의
바탕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업은 지금까지 정부지원과 폐쇄적인 국내시장 보호정책에
의존하던 타성에서 벗어나 재무구조의 개선, 핵심사업 중심의 사업재편
및 내실위주의 경영관행 정착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자력으로
세계 일류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