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610) 제12부 낙엽 진 뜨락에 석양빛 비끼고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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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어쩌나.
보옥은 장안 시내에 나가본적이 별로 없어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를 텐데.
게다가 과거 시험을 치르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서 정신이 또 어떻게 된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어"
왕부인은 얼국이 거의 사색이 되었다.
"어머님, 너무 열려하시지 마세요.
보옥 서방님은 잠시 바깥 바람을 쐬다가 곧 돌아오실 거예요"
보채는 자기도 걱정이 태산 같았지만 왕부인을 위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할머님, 제가 다시 장안 시내로 나가 삼촌을 찾아보겠어요"
가란은 도로 바깥으로 나갈 채비를 하였다.
"그만두어라. 이 밤중에 어디로 가겠다는 게야? 너마저 없어지면 집안
기둥이 하나도 남지않게 되니 그냥 머물러 있으라"
왕부인이 만류하고 이환이 붙들어 가란을 겨우 진정시켜 방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보옥은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들을 풀어 장안 일대를 샅샅이 뒤지다시피 해보아도 보옥이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다.
보채는 어쩌면 유복자를 낳을지도 모든다는 불안감에 떨어야만 하였다.
그런던 어느 날, 가정이 출장길에서 돌아오다가 비릉역이라는 데서 배를
타려다가 폭설을 만났다.
할수없이 배를 매어두고 일행과 함께 선실에서 하룻밤 위어 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저녁 무렵,눈이 펑펑 쏟아지는 중에 삿갓을 쓴 어느 남자가
뱃머리에 꿇어 앉아 가정을 향해 큰절을 네 번이나 하는 것이 아닌가.
가정이 깜짝 놀라 선실을 박차고 나가 그 사람이 누군가 살펴보았다.
그러나 눈이 쏟아지고 삿갓이 가리고 있어 그 사람의 얼굴을 잘 볼 수
없었다.
"당신이 누구길래 나에게 큰절을 하는 거요?"
가정이 목소리를 높여 물었으나 그 사람은 대답 대신 삿갓을 천천히
한손으로 들어올렸다.
"너, 보옥이 아냐? 지금쯤 집에서 과거 시험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야
할 네가 여기는 웬일이야? 너, 보옥이 맞지?"
그러나 그 사람은 묵묵부답으로 웃는 듯 우는듯 묘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저녁 어스름 눈밭 속에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으니 귀신인지 사람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였다.
난데없이 다른 두 사람이 나타나더니 삿갓 쓴 남자의 겨드랑이를
양편에서 끼면서 재촉하는 어투로 말했다.
"속세의 인연은 끝났어.이제는 거기에 미련을 두지 말고 훌훌 털고
떠나야지"
그러더니 그 세 사람은 뭍으로 올라 눈밭 속으로 표연히 사라지고 말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7일자).
보옥은 장안 시내에 나가본적이 별로 없어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를 텐데.
게다가 과거 시험을 치르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서 정신이 또 어떻게 된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어"
왕부인은 얼국이 거의 사색이 되었다.
"어머님, 너무 열려하시지 마세요.
보옥 서방님은 잠시 바깥 바람을 쐬다가 곧 돌아오실 거예요"
보채는 자기도 걱정이 태산 같았지만 왕부인을 위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할머님, 제가 다시 장안 시내로 나가 삼촌을 찾아보겠어요"
가란은 도로 바깥으로 나갈 채비를 하였다.
"그만두어라. 이 밤중에 어디로 가겠다는 게야? 너마저 없어지면 집안
기둥이 하나도 남지않게 되니 그냥 머물러 있으라"
왕부인이 만류하고 이환이 붙들어 가란을 겨우 진정시켜 방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보옥은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들을 풀어 장안 일대를 샅샅이 뒤지다시피 해보아도 보옥이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다.
보채는 어쩌면 유복자를 낳을지도 모든다는 불안감에 떨어야만 하였다.
그런던 어느 날, 가정이 출장길에서 돌아오다가 비릉역이라는 데서 배를
타려다가 폭설을 만났다.
할수없이 배를 매어두고 일행과 함께 선실에서 하룻밤 위어 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저녁 무렵,눈이 펑펑 쏟아지는 중에 삿갓을 쓴 어느 남자가
뱃머리에 꿇어 앉아 가정을 향해 큰절을 네 번이나 하는 것이 아닌가.
가정이 깜짝 놀라 선실을 박차고 나가 그 사람이 누군가 살펴보았다.
그러나 눈이 쏟아지고 삿갓이 가리고 있어 그 사람의 얼굴을 잘 볼 수
없었다.
"당신이 누구길래 나에게 큰절을 하는 거요?"
가정이 목소리를 높여 물었으나 그 사람은 대답 대신 삿갓을 천천히
한손으로 들어올렸다.
"너, 보옥이 아냐? 지금쯤 집에서 과거 시험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야
할 네가 여기는 웬일이야? 너, 보옥이 맞지?"
그러나 그 사람은 묵묵부답으로 웃는 듯 우는듯 묘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저녁 어스름 눈밭 속에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으니 귀신인지 사람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였다.
난데없이 다른 두 사람이 나타나더니 삿갓 쓴 남자의 겨드랑이를
양편에서 끼면서 재촉하는 어투로 말했다.
"속세의 인연은 끝났어.이제는 거기에 미련을 두지 말고 훌훌 털고
떠나야지"
그러더니 그 세 사람은 뭍으로 올라 눈밭 속으로 표연히 사라지고 말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