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회복지수석실은 26일 기습처리된 노동관계법에 상급단체의
복수노조를 3년간 유예키로 한 대목이 들어있는 것과 관련, "할 얘기가
없다"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

사회복지수석실의 고위관계자는 "이번 노동관계법은 당에서 일방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당정협의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

이 관계자는 "당정간에 협의가 있었다면 이같은 조항을 그냥
내버려뒀겠느냐"고 반문하고 "당에서 건전하게 처리할줄 알았는데 법을
이렇게 만들줄은 정말 몰랐다"고 격앙된 표정.

이 관계자는 특히 "복수노조의 3년유예는 실익도 없으면서 노사관계만
더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번 노동법 개정작업은 노와 사의 갈등이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갈등이 더 큰 문제였다"고 아쉬움을
표시.

이 관계자는 "정부안을 당에 넘기고 나서는 당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직접 간여하지는 못했다"고 말하고 "복수노조 3년유예
얘기가 당에서 나왔을 때는 말도 안되기 때문에 신경을 안썼다"고 토로.

한편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신한국당이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 등을 전격
처리한데 대해 "이는 야당의 원천봉쇄로 인한 불가피한 조처였다"는 입장을
표명.

고위당국자는 "청와대에서는 노동법과 안기부법이 연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는 원칙과 방침을 당지도부와 협의해왔다"며 "시점선택 등 원내처리
전략은 당이 알아서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

이 당국자는 "야당이 그저 반대만 할뿐 정부의 노동법개정에 대해 아무런
입장이 없지 않았느냐"며 "기왕에 통과시킬 것이라면 연내에 처리하는 게
좋다는 것이 청와대측 입장이었다"고 강조.

이 당국자는 또 "이번에 당이 책임감과 철통같은 단결력, 결속력 등을
보여줬다"며 "노동관계법은 당에서 만들었다"고 당의 주도적 역할을 거듭
강조.

< 최완수기자 >

<>.총리실은 노동관계법이 정부방침대로 연내에 처리된데 대해 크게
환영하면서도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시킬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노동관계법처리가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더 큰
혼란만 초래될 것"이라며 "여야가 뒤엉켜 싸우는 것보다 모양새가 나은 것
아니냐"고 여당의 단독처리를 환영.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제 공은 다시 정부로 넘어왔다"며 "노동계의
총파업 등 앞으로 벌어질 사태에 대비, 신속히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언급.

이와관련 정부는 이날 차관회의를 열어 노동계가 총파업 등 현행법을
어기고 투쟁에 나설 경우 법에따라 처벌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수립.

< 김태완기자 >

<>.재정경제원은 노동관계법개정안의 국회통과를 두고 대체로 여당이
절차상 무리를 했지만 새로운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소임을 다한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

다만 사용자측도 과거의 임금경쟁력에 의존했던 과거 경영방식에서 탈피,
기술개발에 주력하면서 국부 창출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비등.

한 관계자는 "내년으로 늦출 경우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이 오히려
국가경쟁력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며 "다만 상급단체 복수노조 허용이 3년
연기된데 비해 정리해고제 요건이 다소 엄격화되는데 그친만큼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

다른 관계자는 "문제점 투성이의 노동법을 국가백년대계차원에서 수십년
만에 개정하는 만큼 지엽적인 문제에 연연하기보다는 "큰 그림"을 보아야
한다"며 "정리해고제가 법제화됨에 따라 집행절차의 투명성이 높아졌다고
모든 제도가 선진화된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강조.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