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영예를 안게 돼 기쁩니다.

한층 더 분발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올해 최고의 영화로 뽑힌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홍상수 감독(36)은
"기교부리지 않고 현실의 표면을 담담하게 보여준 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며 "앞으로는 이보다 더 정밀한 작업을 시도해볼 계획"
이라고 말했다.

홍감독은 삼류 소설가와 유부녀, 극장매표원 처녀, 유부녀의 남편과
매표원을 사모하는 청년의 숨바꼭질같은 얘기를 일상적인 관점으로 그려
충무로의 무서운 신예로 떠오른 재원.

"따로 소재를 정해놓고 끌어가기보다 삶속에 묻힌 의미를 찾아내 관객과
대화하고 싶습니다"

데뷔작으로 일약 주목받는 감독 1호로 급부상한 그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예술대와 시카고예술연구소에서
공부했으며 지난 2학기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다음 작품을 구상중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