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때여야 하나"

노동관계법 개정안의 여당단독 국회통과라는 초대형 악재로 위태위태하던
증시가 맥없이 무너지자 증권업계와 투자자는 물론 재정경제원도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700선을 지켜 내년에는 희망으로 시작해보자"며 연기금 주식매입과 투신.
증권사 순매수 우위결의라는 "특단의 조치"까지 마련했는데 이제는 물거품이
돼버렸다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폐장 하루를 앞두고 터진 이번 노동법 "파동"으로 그동안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김영삼 대통령 취임주가(655.61)도 지키지 못하고 올해장을 닫게 될
위기에 처했다며 할말을 잃고 있는 것이다.

지난 94, 95년의 경우 폐장날은 주가가 올랐다며 "27일 상승"에 실날같은
희망을 걸어보기는 하나 실현되기는 힘들 것이라는게 다수설이다.

증시에서는 이번 노동법 파동이 단기적으로 끝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어차피 납회주가를 기대할수 없게 된 마당에 내년까지 파장이 미치지
말아야 한다는 "자포자기"에서다.

노조파업과 여야가 대치하는 정국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증시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내년 개장때부터 주가가 곤두박질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기 때문
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나쁠게 없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악성매물 정리가 가속화돼 내년 1월하순 이후 수급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신노동법 시행으로 정리해고가 이루어지면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돼
(실업률이 높아지더라도) 기업실적과 거시경제 회복이 빨라져 증시의 대세
반전도 앞당겨질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 홍찬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