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소프트웨어(SW)산업의 경기흐름은 "시스템통합(SI)업계의 쾌속
질주, 패키지SW업계의 제자리 걸음"으로 요약된다.

SI업계는 올해 40% 안팎의 매출신장세를 보인 반면 패키지SW등 순수
소프트웨어시장은 지난해 수준을 약간 상회하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외국 업체의 국내시장 공략이 매서운 가운데 인트라넷 ERP(전사적자원
관리) CALS(생산조달운영정보시스템)등 새로운 개념의 정보기술이 국내
시장에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SI산업은 전반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최대 성장세를 누린 독보적
분야.

인천신공항 국방정보시스템구축등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민간기업 대학
병원등의 SI사업이 쏟아졌다.

이같은 호황을 반영, 올상반기에는 SI업체간 인력스카웃 바람이 불기도
했다.

대부분의 SI업체들이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ERP기술을
확보키위해 경쟁적으로 오라클(미국) SAP(독일)등 외국업체와 기술제휴에
나선 것도 특징이다.

SI업계는 그러나 일부 업체의 외형키우기 전략 때문에 덤핑수주가
관행화되는등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체기술력 향상보다는 일단 외국기술을 들여오고 보자는 "상술"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올해 패키지SW시장은 그룹웨어제품이 주도했다.

핸디오피스 나눔기술 한국기업전산원등의 그룹웨어전문업체들은 공공기관
및 중대형 민간기업의 그룹웨어도입 붐을 타고 올해 20~30%의 매출신장세를
보였다.

그룹웨어는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 부각된 인트라넷 기세에 밀려 주춤하는
양상이다.

인트라넷에 대한 기대심리가 그룹웨어 수요를 잡아당기고있는 것이다.

국내 중견 SW업체들의 사무용SW개발 열기도 뜨거웠다.

이들 업체들은 MIS(경영정보시스템) 그룹웨어 통합사무용SW등의 제품을
꾸준히 개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중견 SW업체의 이같은 열성은 국산 사무용SW의 국제경쟁력을 키워
외국업체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했다.

한글과컴퓨터의 "한글오피스96"이 그동안 국내 오피스SW시장을 주도하던
"MS오피스"를 밀치고 시장우위를 확보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핸디소프트의 "핸디솔루션"일본수출등 중견 사무용SW업체의 해외시장
진출 노력은 국산SW의 수출가능성을 밝게했다.

패키지SW전문업체의 자기변신 노력도 올해 눈에 띠는 대목.

그룹웨어전문업체들은 "인트라넷 시대"에 대비, 인트라넷제품 개발에 적극
나섰다.

또한 외국의 ERP업체들이 대거 밀려오자 한국기업전산원 한국하이네트
삼일회계법인등 관련업체들은 "한국형 ERP"개발의 총대를 메겠다고 나섰다.

가정에서 PC사용이 늘어나면서 가정용SW시장도 올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각종 교육용 CD롬이 출시돼 시장을 주도했고 국산 게임SW이 외국산 일색의
게임SW시장을 파고든 것도 돋보인 한 해였다.

내년 SW산업은 올해 보다는 밝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SI업계는 공공공사 물량의 지속적인 증가하는 한편 기업내 ERP도입도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규모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의료분야 SI사업도 유망하다.

그룹웨어등 사무용 패키지SW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공공분야,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의 그룹웨어 도입이 본격화되고
중소기업에서의 사무용SW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반적인 경기불황이 기업의 정보기술 투자마인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내년 SW산업발전의 폭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우덕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