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라고 다 신세대는 아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발랄함이 없다면 아무리 나이가 젊어도 쉰세대와
다를 바 없다.

최근 20대후반 신세대직장인들이 기존 세대와의 차별성을 내세우며
이색적인 겨울나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은 아버지나 형님세대가 결혼 적령기의 겨울만되면 주택문제 결혼문제
혼수문제로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던 것을 안타까워 한다.

"그렇게 외롭고 힘들게 겨울을 날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목적
(테마)을 찾아 나선다.

스키광인 한문형씨(게임디자이너.29)는 올 겨울에는 서울 근교 스키장은
모두 섭렵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연말 보너스로 피셔브랜드(3백만원 상당)의 스키장비를 구입할
예정이다.

이 장비로 내년 겨울이 오기전까지는 해외원정을 나갈 만한 실력을
만들겠다는게 그의 올 겨울계획.

한씨는 미혼이지만 돈 걱정은 별로 안 한다.

돈은 쓸수록 생긴다는게 그의 철학.

한씨는 월급중 약간을 떼어 저축하고 있지만 나머지 돈은 그의 여가활동을
위해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전문직이어서 보수도 괜찮은데다 시간도 많아 이것저것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겨울만 되면 추위를 유난히 타던 안성진씨(28)는 올 그 병을 완전히 고칠
방안을 찾아냈다.

매년 잘 지내던 애인과도 날씨만 추워지면 이상하게 싸우고 헤어지게 돼
겨울이면 항상 외로운 "싱글"이어야 했던 것.

그래서 올겨울이 오기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2명이상의 연인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자는 심산이다.

"주위로부터 부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겠느냐"라는 지적에 안씨는
"한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많은 상대를 만나는 것이 인생에도 도움이 될 것"
이라고 가볍게 응수한다.

평소 먹기를 낙으로 아는 변일규씨(27.회사원)는 올겨울 시간표를 이미
짜놓은 상태.

그는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서울1백배 즐기기"란 책에 따라 올 겨울
내에 서울근교의 가볼만한 음식점을 전부 탐방해 볼 참이다.

서울에 올라온지 5년이 넘었지만 서울지리에 어두울 뿐아니라 연인을
만나도 좋은 장소를 몰라 항상 고민하던 차에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외에도 일부는 추운 겨울에 낭만적인 열대해변을 찾아가는 "피한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움츠러들기 쉬운 겨울은 몸매 망가지기에 딱 좋은 계절"이라며 내년여름
해변에서 선보일 "몸매만들기"에 돌입한다는 이도 있다.

신세대부부들의 겨울나기도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다.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김윤호씨(30)는 올겨울 펜티엄급 멀티PC를 장만할
예정이다.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멀티PC로 폼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다.

신혼초인 그가 PC를 살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의 사랑스런 아내를
위해서다.

아직 컴맹인 아내를 이번 겨울동안 완전히 "탈태"시키겠다는게 그의 계획.

"서로가 함께 커가는게 부부의 의미 아니겠느냐"며 김씨는 신세대 부부의
겨울나기를 소개했다.

< 글.박수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