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계법의 변칙처리로 야기된 파업사태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외채는 쌓이고 실업이 늘어가는 위기상황에서 장기간 산업현장의
기계소리까지 멈춰 우리 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우리는 법안의 변칙 처리라는 정치적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민생의 안정과 국가경제의 장래를 위해 하루빨리 냉정을 되찾고 비생산적
파업의 합리적 해결책이 찾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경제가 지금 심각한 위기국면에 처해 있음은 구차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최근의 정부발표는 지난 11월 한달동안 실업자가 4만7천명이나 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수는 12만명이나 줄어 감원바람이 이미 실업통계에
잡히기 시작했음을 말해준다.

일부 연구기관들은 내년이 더욱 어려워져 "실업대란"까지 우려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파업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어려운 경제를 빌미로 근로자들의 요구를 무조건 묵살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를 차분하게
검토해보고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우선 함께 생각해볼 것은 지금과 같은 극한 대립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겠느냐는 점이다.

남는 것은 물질적 손실과 갈등 뿐이다.

여기에 수반되는 국민생활의 불편과 고통은 계량하기조차 힘들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태의 본질을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노동법개정의 필요성이 왜 대두됐고 1년여에 가까운 토론과 중지를
모아야 했는가.

한국경제의 구조적 병폐를 고쳐 국내외 상황변화에 신축성있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재도약의 기틀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오늘의 경제상황에 비추어 더이상 미룰수 없는 과제였음도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터였다.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설령 절차와 수단에 다소의 무리가 있었다
하더라도 우선은 경제를 살리는데 합심노력하면서 문제점은 점진적으로
고쳐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또하나 생각해볼 것은 이번 파업의 성격이다.

노동계의 불만을 살 여지가 없지 않다고 해도 법개정내용을 두고
파업으로 치닫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정책에 반영토록 노력해야 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합법적 테두리내에서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

노동계의 총파업결의에도 시내버스노조와 일부 현총련산하 노조,
태광산업 등 많은 기업들이 파업을 유보한 것은 이런 점에서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물론 예견된 사태에 전혀 대비하지 못한 정부나 여당의 책임은 피할수
없지만 이를 보다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지혜를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

정부와 재계는 근로여건이나 복지후퇴 등이 없다는 확신을 근로자들에게
심어주도록 설득하고 대화를 통해 사태의 조속한 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노동계는 냉정을 되찾아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를 회생시키는데 함께
나서 줄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