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우리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 평양방송과 중앙통신을 통해
잠수함사건에 대해 시인.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함에 따라 얼어붙어 있던
남북관계에 해빙무드가 조성될 전망이다.

북한은 이날 외교부대변인 명의의 사과성명을 통해 그동안 우리정부가
요구해 왔던 주체.대상.내용등 3요소가 갖추어진 사과문을 내놓았다.

즉, 사과의 주체가 (북한당국의)위임을 받은 외교부대변인이고 <>대상은
한국정부를 지칭하는 "남조선"이며 <>내용도 "깊은 유감"과 함께 "재발방지"
약속을 담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 9월 잠수함사건을 계기로 3개월여동안 계속됐던 남북관계는
긴장완화를 위한 국면전환을 맞게 됐다.

그동안 전면 중단했던 민간차원의 대북식량지원등을 포함한 남북경협사업,
대북경수로지원, 기업인 방북등도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남북
관계는 "쾌속항진"을 할수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북한의 사과는 무엇보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무력도발을 시인하고 유사사건
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도발가능성에 대한 견제장치
가 될수 있을 것이라는데 큰 의의가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우리가 요구한 사항을 대부분 수용했다"면서 "북한
의 이번 사과조치는 "무력도발에 대한 사과"의 첫번째 전례를 남긴 것"
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은 그동안 한국을 배제한채 미국과의 접촉을 통해 미북관계 복원을
요구하며 한미공조체제의 균열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미국측 설득과 우리정부의 강경입장, 한계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식량.에너지난, 내년으로 예상되는 김정일의 공식권력승계등의 요인이 복합
작용, 북한측으로서는 결국 "백기"를 들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잠수함 사건의 해결이 해를 넘길 경우 우리측에도 부담이 된다는
정치적 고려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법등의 단독처리에 따른 노동계의 총파업등이 내년 대선에 미칠 파장을
고려, 정부가 "다소 미흡"하지만 북측 사과를 수용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북한의 사과조치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많은게 사실이다.

북한측 사과가 곧바로 "대남적화전략"의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사과조치로 모든 것이 한꺼번에 잠수함사건
이전상태로 복원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앞으로 북한측의 태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의 사과 이후의 남북관계는 다음달 열릴 것으로 보이는 3자
설명회등에서 북한측이 얼마나 성의있는 자세로 임할 것인지와 4자회담등을
통한 한반도평화정착논의등 남북 당사자를 비롯한 미국 중국등 관계국들간의
협상성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 북한 ''사과성명'' 전문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교부 대변인은 위임에 의해 1996년 9월 남조선
강릉 해상에서 일어난 잠수함 사건으로 막대한 인명피해가 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이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며
조선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 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