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612) 제12부 낙엽 진 뜨락에 석양빛 비끼고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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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은이 보옥의 행방에 대하여 언급한 후, 주섬주섬 일어날 채비를
하였다.
"어디로 가시려는지요?"
가우촌이 진사은을 따라갈 것처럼 자기도 일어나려 하였다.
"지금 내 딸 영련이 속세의 인연을 끊으려 하고 있네"
영련은 설씨 댁에서 향릉으로 불리는 설반 아내의 어릴적 이름이었다.
"속세의 인연을 끊으려 하다니요? 영련도 선생처럼 출가를 하여 도를
닦을 작정이라는 말입니까?"
"그게 아니라 영련이 지금 아이를 낳고 있는데 보통 난산이 아니야.
아기는 살겠는데 영련이는 죽겠어. 그래 영련이 혼이 떠날 때 내가 옆에서
길 안내를 해주려고 해"
그러면서 진사은이 암자 밖으로 나갔다.
가우촌은 자기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정신이 가물가물해져
그만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
한편 선계에서 공공도인이 대황산 무계애 청경봉을 지나다가 먼 옛날에
본 적이 있는 바위를 또 만났다.
그 바위는 여와 신이 하늘을 받치기 위해서 만든 삼만육천오백한개중
하나였는데, 여와가 삼만육천오백개만 쓰고 그 바위는 그냥 청경봉 아래
내버려둔 것이었다.
그 바위가 작은 옥으로 변하여 속세로 내려갔느니 어쩌니 말들이
많았는데, 이제 보니 다시 높이 일백이십 척, 둘레 이백사십 척의
큰 바위가 되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공공도인이 반가워 그 바위로 다가가보니, 과연 그 바위 뒷면에 바위가
옥으로 변하여 속세로 내려갔다 온 이야기들이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그 이야기들이 재미있어 공공도인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읽고 있다가,
세월이 오래 지나면 바위에 새겨진 글들이 희미해지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그 글을 종이 두루마리에 베껴서 소매에 넣어두었다.
공공도인은 그 두루마리를 누구에게 전하여 세상 사람들이 세세토록
읽게 할 것인가 하고 속세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급류진 각미도 어느 암자에서 누가 선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어 있지 않은가.
공공도인은 그 암자로 들어가 그 사람을 깨워서 소매에서 두루마리를
꺼내어 전해주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가우촌이 눈을 비비며 두루마리를 펼쳐보니 맨 위에 시가 한 수 적혀
있었다.
이 몸이 하늘을 받칠 기회를 잃고
속세에서 몇몇 해를 헤매었던가
전생과 이생에 얽힌 기구한 사연들을
누구의 손을 빌려 세상에 전할손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0일자).
하였다.
"어디로 가시려는지요?"
가우촌이 진사은을 따라갈 것처럼 자기도 일어나려 하였다.
"지금 내 딸 영련이 속세의 인연을 끊으려 하고 있네"
영련은 설씨 댁에서 향릉으로 불리는 설반 아내의 어릴적 이름이었다.
"속세의 인연을 끊으려 하다니요? 영련도 선생처럼 출가를 하여 도를
닦을 작정이라는 말입니까?"
"그게 아니라 영련이 지금 아이를 낳고 있는데 보통 난산이 아니야.
아기는 살겠는데 영련이는 죽겠어. 그래 영련이 혼이 떠날 때 내가 옆에서
길 안내를 해주려고 해"
그러면서 진사은이 암자 밖으로 나갔다.
가우촌은 자기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정신이 가물가물해져
그만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
한편 선계에서 공공도인이 대황산 무계애 청경봉을 지나다가 먼 옛날에
본 적이 있는 바위를 또 만났다.
그 바위는 여와 신이 하늘을 받치기 위해서 만든 삼만육천오백한개중
하나였는데, 여와가 삼만육천오백개만 쓰고 그 바위는 그냥 청경봉 아래
내버려둔 것이었다.
그 바위가 작은 옥으로 변하여 속세로 내려갔느니 어쩌니 말들이
많았는데, 이제 보니 다시 높이 일백이십 척, 둘레 이백사십 척의
큰 바위가 되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공공도인이 반가워 그 바위로 다가가보니, 과연 그 바위 뒷면에 바위가
옥으로 변하여 속세로 내려갔다 온 이야기들이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그 이야기들이 재미있어 공공도인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읽고 있다가,
세월이 오래 지나면 바위에 새겨진 글들이 희미해지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그 글을 종이 두루마리에 베껴서 소매에 넣어두었다.
공공도인은 그 두루마리를 누구에게 전하여 세상 사람들이 세세토록
읽게 할 것인가 하고 속세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급류진 각미도 어느 암자에서 누가 선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어 있지 않은가.
공공도인은 그 암자로 들어가 그 사람을 깨워서 소매에서 두루마리를
꺼내어 전해주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가우촌이 눈을 비비며 두루마리를 펼쳐보니 맨 위에 시가 한 수 적혀
있었다.
이 몸이 하늘을 받칠 기회를 잃고
속세에서 몇몇 해를 헤매었던가
전생과 이생에 얽힌 기구한 사연들을
누구의 손을 빌려 세상에 전할손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0일자).